“20대 청춘들이 생각나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4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사를 하면서 울먹인 것과 관련, 행사 뒤 오찬에서 참모들에게 이 같은 심경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북한의 무력 도발에 대응하다 숨진 55명 용사의 이름을 모두 호명하기 직전 손으로 코와 입을 가리며 울먹이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6일 “행사가 끝난 뒤 윤 대통령이 ‘꽃다운 나이에 산화한 장병을 생각하면 어찌 평정을 유지할 수 있냐’며 당시 심경을 털어놨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묘역을 찾은 게 두 번째인데 그때마다 묘비 뒤편 출생일 사망일을 보고 마음속으로 엄청 울었다”고도 말했다. 실제 기념식 행사 전 묘역을 돌아본 윤 대통령은 비석을 하나씩 살펴보며 전사 당시 나이를 행사 관계자들에게 물었다고 한다.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고(故) 민평기 상사의 모친 윤청자 여사 손을 잡고 “진짜 죄송합니다, 어머님”이라고 말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윤 대통령은 서해수호의 날 행사를 위해 사전 독회(讀會)를 할 때도 “전부 스무 살, 스물한 살인데 꽃다운 나이에…”라며 말을 잇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순국 장병의 이름을 한명 한명 부르며 기리는 이른바 ‘롤 콜’은 평소 소신과 맞닿아 있다. 윤 대통령은 2021년 6월 대선 출마 당시에도 선언문 첫마디를 “천안함 청년 전준영은 분노하고 있었다”는 말로 시작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