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전쟁이 나면 과연 대한민국 군대를 믿을 수 있겠느냐.”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사석에서 참모들에게 한 말이다. 최근 군에서 벌어진 사건·사고에 대한 군 통수권자의 ‘답답함’이 느껴진다.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으로 남북 간 군사 긴장이 전례 없이 고조된 지난해 10월 이후 약 석 달 동안 우리 군에선 사고가 잇따랐다. 이번 북한 무인기 침공 땐 군이 한 대도 격추하지 못했다. 비행금지구역 침범 사실도 뒤늦게 확인했다. 윤 대통령이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보고에 “이게 대한민국 군대의 참모습이냐”고 질책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윤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대화 일변도’의 문재인 정부 대북 정책이 군 기강과 전력을 약화시켰다고 판단하고 있다. 최근 들어 우리 군에 잇따라 “북한의 어떤 도발에도 확실하게 응징·보복하라”는 강경한 메시지를 내놓은 배경이다.

이런 윤 대통령의 지시와 질책에도 군의 대응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지난 4일 윤 대통령은 북한 무인기 침공 당시 비행금지구역(P-73)이 뚫렸다는 정보를 보고받고 국방부에 “(관련 사실을) 국민들에게 바로 공개하라”고 지시했다. 국방부는 “준비가 필요하다”며 정보 공개를 하루 뒤로 미뤘고, 이 과정에 일부 언론이 관련 사실을 보도하면서 불필요한 오해가 생겼다. 군 내부에선 “(무인기 침공 경로를 놓고) 실무자끼리 의견 대립이 있는 것 같다”(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전쟁에서 가장 무서운 적은 내부의 적이다. 윤 대통령이 군 수뇌부 문책 인사를 하지 않는 것도 “무인기 침투의 핵심 목적이 내부 교란에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럼에도 흐트러진 군 기강과 책임 소재부터 따지는 군 지휘부를 이대로 두고 전술핵을 보유한 북한과 제대로 맞설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군 통수권자뿐 아니라 국민의 인내심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