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이카, 유니세프와 식수위생 개선사업 시행…태양광으로 지하수 퍼 올려
주민 10만명에 혜택…아이들이 2∼4시간 걸려 물 긷는 대신 학교로
한국 도움으로 식수난 해결한 케냐 마을 "신이 보내준 것 같다"
"신이 보내준 것 같아요.

우리의 삶을 바꿨습니다.

깨끗한 물을 접할 수 있게 됐어요.

" (케냐 투르카나주 칼로피리아 마을 존 로카위 이장)
"학교에 물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아이들이 물을 길어오기 위해 매일 2∼4시간씩 걸어 다녔어요.

길이 너무 험해서 넘어져서 다리가 부러지거나 다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 (칼로피리아 초등학교 에무론 실비아 교장)
케냐 투르카나주 식수위생 개선사업(SCORE)의 혜택을 본 케냐인들은 지난 6∼7일 현지를 찾은 한국 취재진에게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 사업을 통해 물 부족 해결은 물론 개인위생 개선, 마을 인구 증가, 등교율 개선 등 다양한 효과를 얻었다고 한다.

지난 2019년 첫 삽을 뜬 SCORE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과 유니세프가 각각 550만 달러, 150만 달러의 예산을 투입해 진행하는 한국 정부의 다자성 양자 원조 사업 중 하나다.

이 사업은 내년에 마무리된다.

유니세프 자료에 따르면 SCORE를 통해 투르카나주 99곳에서 시추 작업을 벌였으며 지하수 관정 71곳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투르카나주 주민 약 9만8천400명이 쉽게 깨끗한 식수에 접근할 수 있게 됐고 비위생적인 물을 마시면서 생겨나는 각종 수인성 질병도 줄었다.

투르카나주는 케냐의 47개 주 가운데 대표적인 건조 지역으로, 취재진이 이곳의 소펠 마을과 칼로피리아 마을을 방문했을 당시 12월임에도 낮 최고기온이 38도에 육박했다.

소펠 마을은 제대로 된 비가 내린 것이 4년 전이라고 한다.

이곳 주민들의 85%는 농업과 목축업에 종사하는데 물 부족 현상이 심각해지며 생계를 유지하는 데도 큰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 도움으로 식수난 해결한 케냐 마을 "신이 보내준 것 같다"
코이카와 유니세프는 이들 지역에 친환경적이면서도 효율적으로 식수를 제공할 수 있는 태양광 이용 지하수 공급 시설을 설치했다.

이 시설은 태양광 집열판으로 모은 에너지로 펌프를 작동시켜 땅속의 물을 퍼 올린다.

마을에 높이 설치된 물탱크에 채워진 물은 파이프를 타고 자연스럽게 낮은 곳에 있는 민가, 학교, 보건소 등으로 흘러간다.

소펠 마을과 칼로피리아 마을은 태양광 식수 공급 시설을 통해 각각 5천400여명, 1천600여명의 주민이 혜택을 보고 있다.

제대로 된 물이 공급되면서 학교에는 작은 텃밭도 생겨났다.

여기서 자란 작물은 아이들의 급식 식자재로도 활용한다.

소펠 마을 보건지소 대니얼 이렝 간호사는 "물이 들어온 다음에 5세 이하 아동의 설사병 발병률이 20∼25%에서 5% 이하로 확 줄었다"며 "코로나19 팬데믹 때 손을 씻는 게 중요했는데 물이 충분하게 들어와서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한국 도움으로 식수난 해결한 케냐 마을 "신이 보내준 것 같다"
안정적인 물 공급으로 주민들의 소득도 늘었다.

가축용 급수대 설치로 염소를 데리고 먼 지역에 물을 먹이러 가지 않아도 되면서 시간에 여유가 생겼고 이를 다른 생계 활동에 투자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물을 구하는 것이 그간 아이들의 몫이었던 만큼 식수 문제 해결로 등교율과 수업 참여율도 높아졌다.

소펠 마을 봉사자인 에칼 에라투스는 "급수 시설이 들어온 전후로 아이들의 표정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물을 길으러 아이들이 매일 20㎞를 걸어 다니곤 했는데 이제 물을 집 옆에서 구할 수 있다"고 감사해했다.

유니세프 투르카나주 로드워 지역 사무소 식수 위생 전문가인 잭슨 무티아는 "지금까지 19개 초등학교·유치원, 중학교 2곳이 물 공급 시스템과 연계돼 있다"며 "7천여 명의 학생이 도움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도움으로 식수난 해결한 케냐 마을 "신이 보내준 것 같다"
한편 코이카는 SCORE 이외에도 케냐에서 모성·신생아 보건 개선 사업, 지역 화장실 개선 사업도 진행 중이다.

케냐 카지아도주 키텐겔라에 위치한 케텐겔라 병원은 코이카의 지원을 받아 보건소 수준의 의료기관에서 종합병원으로 격상된 곳이다.

카지아도주 보건부 알렉스 킬로우아 장관은 "작은 보건소에서 출발해 이제는 매달 530여 건에 가까운 출산·분만 서비스를 제공 중"이라며 "한국과의 협력을 강화해 이 병원을 국립병원으로 격상하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코이카 임장희 케냐 사무소장은 "현지에서 이 병원을 '코이카 병원'이라고 부른다"며 "한국 정부의 지원이 큰 변화를 준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