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시아 해외 순방 기간 MBC 기자들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불허한 대통령실 결정에 대해 언론계와 정치권에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10일 출근길에 전날 결정된 ‘MBC 출입기자들의 전용기 탑승 배제’에 관한 질문을 받고 “대통령이 많은 국민의 세금을 써 가며 해외 순방을 하는 것은 중요한 국익이 걸려 있기 때문”이라며 “기자 여러분도 그렇고 외교 안보 이슈에 관해서는 취재 편의를 제공한 것이고, 그런 차원에서 받아들여주면 되겠다”고 답했다.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전용기 탑승 편의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이날 브리핑에서 지난 7월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 당시 MBC의 ‘바이든’ 자막 보도를 사례로 들며 “국익을 또다시 훼손하는 일이 발생하면 안 된다는 판단에서 최소한의 취재 편의를 제한하는 조치를 했을 뿐”이라며 “취재 편의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지, 취재 제한은 전혀 아니다”고 강조했다.

출입기자단은 반발했다. 대통령실 중앙 풀기자단은 이날 총회를 열고 전용기 탑승 불허 결정 철회를 요구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기자단은 “출입기자단이 대통령 전용기에 동승하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취재 때문이며, 관련 비용 역시 각 언론사가 전액 부담하고 있다”며 “대통령실이 마치 특혜를 베푸는 듯 ‘취재 편의 제공’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또 “사실상 특정 언론사의 취재 기회를 박탈하는 건 다른 언론사에 대한 유사한 조치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계하면서 이번 결정의 조속한 철회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계 5개 단체도 긴급 공동성명을 통해 “헌법이 규정한 언론 자유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라고 이번 결정을 비판했다.

정치권에선 공방이 벌어졌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국제 외교 무대에서 자신이 비속어를 내뱉어 평지풍파를 일으켰으면서도 반성은커녕 순방 전용기에 보도 언론사 탑승을 치졸하게 불허하는 뒤끝 작렬 소인배 같은 보복 행위까지 이어갔다”고 언급했다. 여당은 ‘언론 탄압’과 무관하다며 진화에 나섰다. 한국일보 기자 출신인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는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청와대 출입을 금지한 적도 있고, 노무현 정부에서는 기자실을 대못질한 사례가 있다”며 “이런 게 언론 탄압이고 통제”라고 했다.

여권 일각에선 “언론과 불필요한 소모전을 벌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해외 순방 때 일부 언론의 전용기 탑승을 보류하는 방안을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러한 생각은 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고재연/김인엽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