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규범 바탕 국제질서 존중"…'진영대립' 심해지는 국제 환경은 고민
中신장 인권문제는 韓 '가치외교' 시험대…고심 끝 '찬성표'
'가치외교'를 표방한 한국 정부가 중국의 신장위구르 인권 침해를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토론하는 방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자유민주주의와 인권 등 '가치'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진영 대립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입장을 보다 선명히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6일(현지시간) 유엔 인권이사회 제51차 회기에서 표결된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 인권 상황 관련 결정(Decision)안은 한국 정부에도 까다로운 외교적 시험대였다.

현재 국제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문제 중 하나인 중국 내 인권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의사 표시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가치외교'를 추구하는 새 정부가 이를 실제로 행동으로 보일 수 있느냐를 가늠할 기회였다고도 할 수 있다.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중국 신장위구르 인권 문제에 대한 결정안이나 결의안이 추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권이사회가 2006년 설립된 이래 중국의 인권 문제를 공식적으로 의제에 올린 것 자체가 처음으로 알려졌다.

AP통신은 이번 표결을 놓고 "서방 대 중국의 정치적·외교적 영향력을 판가름하는 시험대가 되어가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인권이사회 47개 이사국 중 하나인 한국도 찬성이나 반대, 기권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입장이 된 것이다.

정부는 이번 결정안에 어떤 표를 던질지를 두고 여러 가지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며 진지한 검토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서방 진영이 중국의 인권 문제를 공론화하며 공세를 펼 때도 한국은 이 문제를 직접적으로 거론하는 것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안보와 경제 측면에서 뗄 수 없는 파트너인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중국이 극도로 민감하게 여기는 인권 문제를 직접적으로 거론하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도 "인도-태평양 지역의 인권 상황에 관한 상호 우려를 공유하면서, 양 정상은 전세계에서 인권과 법치를 증진하기로 약속했다"는 언급이 담겼지만, 중국이 직접적으로 거론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이번에 찬성표를 던진 것은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을 토대로 한 우리 외교의 기본 정체성에 부합하는 선택을 해야 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규범에 바탕을 둔 국제질서를 존중한다는 점에서 (결정안에 찬성한 것은) 국익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외교 소식통은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지를 표현하는 외교도 우리 국익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이번 선택이 이른바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로 나날이 진영화 되는 국제 환경에서 한국이 앞으로 어떤 기조를 취해 나갈지 예고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7월 발리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첫 대면 회담을 했을 때 "자유와 평화, 인권과 법치를 수호하기 위한 국제사회 협력과 공조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정부는 이번 결정안이 신장위구르 인권 문제를 직접적으로 제기한 것이 아니라 일단 유엔에서 토의를 해 보자는 취지라는 점도 찬성표를 던지는 과정에서 감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번 결정안이 결국 부결된 것은 서방 진영이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바탕으로 중국·러시아 등 권위주의 진영을 압박하기가 결코 녹록지많은 않다는 현실도 드러냈다.

결정안은 47개 이사국 가운데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과 영국 등 17개국이 찬성했으나 중국과 인도네시아, 네팔 등 19개국이 반대표를 던지면서 통과되지 못했다.

말레이시아와 아르헨티나 등 11개국은 기권했다.

이번 결정안 부결로 서방의 '도덕적 권위'가 적지 않은 내상을 입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등 권위주의 진영의 영향력이 만만치 않은 상황을 감안하면 한국도 앞으로 계속해서 까다로운 도전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중국은 찬성표를 던지겠다는 한국 측에 신장 인권문제 관련 '기존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장위구르 인권에 대한 문제제기가 "반중국 세력에 의해 날조"된 것이고 부당한 정치적 쟁점화라는 기존 입장을 거듭 밝혔을 것으로 관측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