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뉴욕에서 만나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한·미 통화스와프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의 일정 변경으로 정식 회담 대신 두 차례의 짧은 환담이 이뤄졌지만, 대통령실과 백악관 참모들 간 사전 협의를 통해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정상회담 대신 두 차례 환담

애초 두 정상의 만남은 30분 약식 회담으로 계획됐다. 정식 회담처럼 사전에 의제를 정하는 형식은 아니지만 물밑에서 주요 사안을 협의한 후 성과를 도출할 수도 있는 회담이다. 이런 계획은 바이든 대통령의 일정이 갑자기 바뀌면서 틀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9일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례식에 참석한 후 20일 뉴욕으로 와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앞으로 닥친 중간선거 일정 등으로 유엔총회 기조연설까지 미루면서 워싱턴DC로 직행했다. 이로 인해 한국뿐 아니라 일본 캐나다 등 주요 우방국과의 정상회담 일정이 줄줄이 변경됐다.

대통령실 참모들이 급하게 대안으로 찾은 일정이 21일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 펀드 제7차 재정공약 회의’. 바이든 대통령이 주최하는 자리로 원래 윤 대통령은 참석 대상이 아니었다. 정상들의 만남을 위해 양국 실무진이 급하게 움직였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정식 회담을 개최할 수 없는 비상상황이 생기면서 ‘플랜B(비상 대책)’를 검토했다”며 “여러 검토 끝에 바이든 대통령이 참석하는 회의가 (환담하기에)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행사장 무대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선 채로 48초간 만났다. 추가 환담도 이뤄졌다. 이날 저녁 바이든 대통령 부부가 주최한 리셉션 장소에서다. 두 사람의 만난 시간은 수분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 “韓 기업, IRA 우려 전달”

대통령실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양국 정상이 환담에서 △IRA △금융 안정화 협력 △핵확장 억제 등 세 가지 이슈를 협의했다고 공개했다. 국내 자동차업계가 우려하는 IRA에 대해선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미국 행정부가 IRA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우리 우려를 해소할 수 있도록 한·미 간에 긴밀히 협력하자”고 요청했다. 외교 무대에서 실무진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사항을 대통령이 먼저 얘기를 꺼내는 건 이례적이다. 이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한·미 간에 계속 진지한 협의를 이어나가자”고 답변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이번 회담 전에 ‘바이든 앞에서 얼굴을 붉힐 준비가 됐다’는 얘기를 했다”고 귀띔했다.

백악관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북핵, 공급망, 에너지 안보, 기후 변화 등에 대한 양국 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히면서 IRA에 대한 입장은 언급하지 않았다. 국가안보실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이 직접 IRA에 관한 기업의 우려를 얘기하고 이런 우려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이 잘 알고 있다고 인정한 것이 분명한 진전”이라고 해석했다. 이 관계자는 ‘환담 시간이 짧아 다양한 사안을 깊이 있게 논의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양국 대통령실 국가안보회의(NSC) 간에 주요 이슈에 관해 (사전에) 긴밀한 협의가 있었다”며 “실무진이 검토한 세 가지 이슈를 정상들의 만남에서 확인하는 절차가 진행됐다”고 했다.

뉴욕=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