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당선 소감을 밝히고 있다.  김병언 기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당선 소감을 밝히고 있다. 김병언 기자
국민의힘 새 원내대표로 대구·경북(TK)에 기반을 둔 5선의 주호영 의원이 19일 선출됐다. 이준석 전 대표의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 인용으로 당 비상대책위원장에서 물러난 지 약 3주 만이다. “주호영 추대가 윤심(尹心)”이라는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의 ‘교통정리’에도 경쟁자였던 이용호 의원 간 표 차는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

‘윤심 마케팅’ 오히려 역효과

주 의원은 이날 열린 의원총회에서 투표한 의원 106명 중 61명의 지지를 얻어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호남 출신 재선 이 의원은 42명의 지지를 받았고, 3명은 기권표를 던졌다.

선거 직전까지도 정치권에선 주 의원의 압도적인 승리를 예상하는 의견이 우세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를 포함한 친윤계 의원들이 ‘윤심 마케팅’을 하며 사실상 대리 선거운동을 했기 때문이다. 출마의 뜻을 품고 있던 의원들까지도 ‘주호영 추대론’에 뜻을 접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친윤계 의원들 사이에서도 “주호영 추대론이 진짜 윤심이냐”라는 의문이 제기됐다. 이 의원도 정견 발표에서 “윤심 때문에 헷갈리셨을 것 같은데, 윤심인지 권심(권 원내대표의 의중)인지 잘 모르겠다”며 “초등학교 반장선거도 선생님의 의중을 따라가지 않는다. 집권 여당이 대통령실만 보고 간다고 하면 뭐가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당내 불만은 선거 결과로 나타났다. 지역 기반(호남)이나 선수(재선), 당 소속 기간(10개월)에 비춰봤을 때 모든 게 열세인 듯했던 이 의원이 42표나 얻으며 예상 밖 돌풍을 일으킨 것이다. 당 안팎에서는 주류 친윤계의 윤심 마케팅이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는 분석이 나왔다. 주 신임 원내대표는 이 의원의 선전에 대해 “제가 두 번째 (원내대표를) 맡는 데 대한 어떤 그런 것이라든지, 당이 건강하게 당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달라는 뜻도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준석 리스크, 巨野 공세 ‘시험대’

주 원내대표는 지난달 26일 법원의 가처분 인용 결정으로 비상대책위원장 직무 정지를 당한 지 약 3주 만에 원내대표로 당 지도부에 복귀하게 됐다. 2020년 5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를 지낸 것을 고려하면 1년5개월 만의 ‘재등판’이다. 2017년 바른정당 원내대표를 지낸 것까지 포함하면 원내대표만 세 번째다. 당의 위기 상황임을 고려해 다시 원내대표를 맡게 된 만큼 권 전 원내대표의 잔여 임기 안에서 직을 수행하기로 했다. 권 전 원내대표의 임기는 내년 4월까지다.

주 원내대표는 “당을 안정시키고, 외연 확장을 통해 지지율을 올리겠다”고 강조했다. 당의 안정을 위해서는 ‘무한 반복’될 우려가 있는 이 전 대표와의 법적 공방을 마무리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오는 28일 이 전 대표가 법원에 제기한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심리가 열린다. 만약 이번에도 법원이 이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준다면 주 원내대표가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아야 하는 비상 상황까지 발생한다. 주 원내대표는 “이 전 대표와의 관계 때문에 당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진행되는 절차에 따라 당원, 의원들과 상의해 문제를 풀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도 주 원내대표 전략과 전투력을 보여줄 시험대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의석수를 앞세워 양곡관리법과 노란봉투법 등 핵심 쟁점 법안 통과를 벼르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당장 정기국회와 관련된 현안은 압도적 다수 야당의 공세를 어떻게 잘 대응하느냐, 그게 중요한 과제라 생각한다”며 “국회는 다수당이 일방적으로 무슨 문제를 다수결로 결정하는 게 능사가 아니기에 그런 점에 관해 민주당의 이해와 자제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