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에도 '13시간 반' 방송체제…미디어 선전선동 강화 추세
북, '코로나 위기 해소' 선언 후에도 TV 종일방송 유지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 재난방송 차원에서 시행했던 'TV 종일방송' 체제를 방역전 승리 선언 이후에도 계속 유지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19일 조선중앙TV의 최근 편성표를 보면 지난 5월 12일 코로나19 발생 사실을 처음 공개한 후 그다음 주부터 지금까지 평일에 오전 9시부터 방송을 하고 있다.

북한이 평일에 오전부터 방송을 시작하는 경우는 김일성 주석 생일 등 주요 기념일이나 매달 열흘에 한 번씩 돌아오는 농민 휴일인 1일·11일·21일 정도다.

이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북한은 평일에는 통상 오후 3시부터 밤 10시 반 정도까지 '7시간 반' 체제로 TV 방송을 했다.

다른 나라와 달리 전력난과 프로그램 부족 현상 때문에 '반쪽짜리' 방송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 많았다.

그러다가 지난 5월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자 평일에도 코로나19 관련 특집물을 중심으로 오전 9시부터 방송을 시작했다.

당시는 '최대비상방역체계' 조치에 맞춰 비상방역사령부 관계자가 출연해 코로나19 증상과 치료법, 방역 행동요령 등을 주민들에게 자세히 전파하기 위한 일종의 재난방송 형식이었다.

북, '코로나 위기 해소' 선언 후에도 TV 종일방송 유지
하지만 북한은 지난 10일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코로나19 위기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선언하고 '정상방역체계'로 전환해 일상 복귀에 속도를 내는 와중에도 '13시간 반' TV 종일방송 체제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현재는 뉴스 보도부터 '공화국 영웅'을 소개하는 편집물, 해외 스포츠 경기 녹화방송, 동물 다큐멘터리, 예술영화 및 기록영화 등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편성해 방송하고 있다.

이에 북한도 전 세계 추세에 맞춰 종일 방송체제를 시작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통화에서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은 과거에 비해 많은 사안을 실시간으로 빠르게 공개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외부 정보 유입량이 늘어난 만큼 감추는 대신 차라리 각 사안을 북한의 관점으로 해석해 재빨리 공개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는 최근 미디어 선전·선동을 부쩍 강화해온 추세와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대북제재와 코로나19 국경봉쇄 장기화 등으로 악화한 민심을 수습하고, 특히 외부 문물에 노출되기 쉬운 젊은 세대의 사상 이완을 막기 위해선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사상 강화 작업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실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3월 당 선전부문 간부들 강습회 참가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새 시대의 사상전을 창조하라고 지시하면서 "방송의 위력을 더욱 높여가자"고 주문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