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식 "이준석과 어제 소통…가처분 신청 의지 강해보인다"
가처분 인용 시 이준석 정치적 반전…기각 시 치명상
비대위 띄워도 내홍 여진…이준석, '법적대응' 벼랑끝 전술 펼까
국민의힘이 9일 전국위원회와 의원총회를 잇달아 열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에 들어가자, 이준석 대표 측은 법적대응을 예고하며 격렬하게 반발했다.

비대위 전환으로 대표직을 박탈당하게 된 이 대표는 당장 전국위 의결을 포함한 비대위 전환 결정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을 제기하는 방안을 비중있게 고려 중이다.

당초 윤리위의 '당원권 정지 6개월' 결정은 대표직 복귀를 전제로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이 결정을 뒤집고 비대위라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게 된 상황에서 가처분 신청이라는 '벼랑 끝 전술'마저 불사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이 대표의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 본인과 끝까지 최고위원직을 사퇴하지 않은 채 '해임'된 김용태 최고위원, 이 대표를 지지하는 책임당원 등이 각각 가처분 신청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대표가 실제로 가처분 신청을 접수하게 되면 집권여당 대표가 소속 정당의 결정에 반발해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이에 이 대표가 소속 정당에 총부리를 겨누는 셈 아니냐는 당 일각의 비판도 나온다.

집권여당의 운명이 사법부의 판단에 달리게 된다는 점에서다.

이 대표도 이런 의견들을 수렴하며 가처분 신청 여부를 최종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오는 13일 입장 발표를 위한 기자회견도 예고한 바 있다.

김근식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이날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제 이 대표와 소통을 해봤지만 가처분 신청을 하겠다는 의지는 아직까지는 강해 보인다"며 "본인이 옳다는 것을 공식적인 역사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가처분 신청접수라는 것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대표가 가처분 신청을 해 법원이 이 대표의 손을 들어준다면 이 대표를 둘러싼 모든 상황은 반전의 계기를 맞게 된다.

당대표직 복귀와 함께 당내 주류인 친윤(친윤석열) 그룹과의 권력 투쟁에서도 반격의 기반을 잡게 될 전망이다.

당 지도부 붕괴를 초래한 최고위원 줄사퇴와 윤리위 결정 등에도 정치적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이 대표 측과 지지자들 사이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 대표와 가까운 김용태 최고위원은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최고위원에서 차례로 사퇴한 배현진·조수진·윤영석 의원을 언급한 뒤 "몇몇 최고위원들이 마음먹고 동반 사퇴해 당 대표의 궐위를 이끄는 식으로 지도체제를 흔들 수 있는 선례를 남겼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다면 국민의힘 비대위 전환과 이 대표의 실권에 법원이 정당성을 부여한 셈이어서, 이 대표의 정치적 상처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대표 측에선 '기각' 시나리오에도 개의치 않겠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김용태 최고위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기각된다고 해도 이 대표에게 치명적이라고 보지는 않는다"라며 "정당의 절차·당원 민주주의가 훼손된 사례가 정황상 인정되고, 법원이 정당의 의사 결정에 개입하는 것이 어렵다는 취지의 기각이라면 그것 또한 정치적 메시지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 대표와 정면충돌한 당내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그룹을 향한 날 선 비판도 나왔다.

지난 대선에서 선대위 정세분석실장으로 일했던 김근식 위원장은 윤핵관의 2선 후퇴를 주장하면서 "대통령에게 이제 윤핵관을 믿지 말라는 말씀을 드린다"며 "공식 직책이 없는 윤핵관에게 당내 인사들도 줄 서지 말라"고 쏘아붙였다.

이 대표와 가까운 신인규 상근부대변인은 페이스북 글에서 "'혹세무민', '앙천대소', '망월폐견'까지 사자성어가 난무하는 국민의힘은 민심 속으로 가야 한다.

국민 속에서 무엇이 상식인지 깨닫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해당 사자성어는 윤핵관으로 꼽히는 이철규 의원이 최근 페이스북에 올린 메시지로, 친윤그룹과 갈등을 빚는 이 대표를 겨냥한 메시지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의 법적 대응을 만류하는 목소리도 당 일각에서 적지 않다.

전국위원장인 5선의 서병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도 정치하는 분이고, 앞으로 본인의 정치 진로를 위해 가처분 신청 등 법적대응은 좀 자제해주시고 당을 위해 선공후사하는 자세를 갖춰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미경 전 최고위원은 전날 각각 "선공후사의 마음으로 자중자애할 것을 간곡히 당부드린다", "이 지점에서 대표가 멈춰야 한다.

법적인 얘기를 할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