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국회의장이 4일 오전 국회를 방문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과 본관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진표 국회의장이 4일 오전 국회를 방문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과 본관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방한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을 만나지 않은 것에 대해, 미국 국무부 전직 관료가 "미국을 모욕한 것이라고 본다"는 견해를 밝혔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6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 인터뷰 '워싱턴 톡' 코너에 출연, "이번 방한의 의미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진행자 질문에 "미국과 한국의 강력한 유대관계를 강화한다고 생각한다. 그건 항상 좋은 일"이라고 답했다.

리스 전 실장은 "(펠로시 의장이) 한국 지도자(윤 대통령)를 만나지 못한 건 매우 우려된다. 실수였다고 생각된다"며 "(한국 측이) 중국을 달래려는 계획이었다면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미국을 모욕한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공동의 가치를 수호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세계에 보냈다. 그런 가치는 동맹과 서방을 규정하는 것인데도 말이다"라며 "그것은 우리가 (중국·러시아 등과) 어떤 면에서 다른지, 21세기를 어떻게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도 리스 전 실장의 발언에 강하게 긍정했다. 그는 "리스 전 실장의 모든 의견에 동의한다.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는다는 한국의 결정은) 모욕적이었다"고 밝혔다.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한국의 결정이) 중국을 달래려는 시도였다고 해도 소용없을 것"이라며 "불행하게도 중국에 한국을 괴롭혀도 된다는 인식만 줄 것이다. 한국을 압박할 수 있고, 한국은 중국의 의지에 굴복할 것이라는 인식을 줄 것이다. 정말로 안타까운 인식을 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이 또다시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어떻게든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한국 외교정책의 오랜 집착"이라고 답했다. 다만 "한국은 자신들의 안보와 역할이 미국과 연결돼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한국은 중국에 대해 걱정해야 한다”며 “아무리 균형을 잡으려고 해도 한국은 결국 미국 편에 서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