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경DB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경DB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당직은 당원에게, 공직은 국민에게’ 원칙은 이미 낡은 원칙이 되었으며 민주당이 민심과 더 동떨어진 길을 걷게 하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차기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원 비중 확대를 요구하는 이재명 민주당 의원을 향해선 “유불리 따져보고 변화를 외면하는 이야기”라고 날을 세웠다.

박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에 올린 <민주국가에서 정당은 국민의 것입니다-이재명 의원의 주장을 반박함>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민주국가에서 정당은 특정세력이 아닌 국민의 것”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 18일 이재명 의원은 인천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개딸’ 등 지지자 수백명과 모임을 갖고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고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라며 “너무도 당연한 이 원칙이 관철되지 않는 것은 정말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향후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 의원이 자신에 유리한 방향으로 룰 개편을 위한 논의에 시동을 걸었다는 해석이 나왔다. 현재 민주당은 당대표 선거에 대의원 45%, 권리당원 40%, 일반국민 여론조사 10%, 일반당원 여론조사 5%를 반영하는데 여기서 권리당원 비중을 높이자는 것이 ‘친명(친이재명)계’ 주장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8일 인천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이재명과 위로걸음' 행사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8일 인천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이재명과 위로걸음' 행사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의원은 이런 주장에 대해 “민주당의 지도부 구성에 민심 반영을 해야 한다는 혁신의 요구를 외면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며 “어떤 의도이든 변화와 혁신을 거부하는 낡은 인식이고 낡은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당정치의 역사는 지금까지 폐쇄형에서 개방형으로, 보스 1인 중심에서 대중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고 했다. 노무현 등장을 가능케 한 국민참여경선, 민주노동당과 열린우리당이 선도한 권리당원 중심 상향공천과 진성당원제 등을 들며 “지역주의에 기반한 보스 중심 3김정치를 해체하는 제도적 혁신이었다”고 치켜세웠다.

박 의원은 “우리 당의 지도부 선출방식은 권리당원과 대의원이 무려 85%나 반영되면서 계파의 힘이 강하게 작용한다”며 “계파정치가 과대대표되어 자칫 민심과 괴리된 지도부가 선출될 수 있다”고도 했다. 이런 경우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더 크게 반영되면서 후보자들은 이를 의식해 더 쎈 주장과 자극적인 목소리만 낼 것이라는 것이 박 의원 주장이다.

박 의원은 “제가 이야기하는 민주당 쇄신의 핵심은 바로 ‘계파냐 민심이냐’의 선택”이라며 “(민주당이)‘계파중심 정당’이 아니라 ‘국민중심 정당’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심과 당심이 괴리됐던 대표적 사례로 이 의원의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꼽기도 했다. 박 의원은 “심지어 이재명 의원의 당 대표 출마를 둘러싼 문제도 민심과 당심 사이에 깊은 골짜기가 파여있지 않았느냐”며 “민주당의 혁신은 계파의 영향력이 과대대표되는 우리 당의 구조적 모순을 깨는데서 시작된다”고 했다.

이 의원을 향해서는 그가 3년 전 SNS에 쓴 “민주국가에서 정당은 특정세력이 아닌 국민의 것입니다. 정당은 국민의 그릇이라 물을 담으면 물그릇, 밥을 담으면 밥그릇이 됩니다”라는 문구를 언급했다.

박 의원은 “의원님의 말씀대로 정당은 당원의 것이면서 또한 국민의 것”이라며 “민심을 외면하고 계파 동원의 정치로만 전당대회를 치르면 국민들에게 변화의지도, 혁신의 의지도 보여드릴 수 없다. 민심과 격리된 갈라파고스 전당대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혁신은 말로 되는 것이 아니다. 혁신의 완성은 제도의 개혁”이라며 “국민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전당대회, 승리하는 정당을 만들 수 있는 변화의 에너지가 넘치는 전당대회가 되기 위해서 민심반영 최소 50%의 제도적 변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