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D-1…교육감 보수 후보들은 지금도 욕설·비방만
6·1 서울교육감 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보수 후보들은 욕설과 비방을 주고받으며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가뜩이나 인지도가 떨어지는 교육감 선거가 상호 비난전으로 치닫자 유권자들 사이에선 “투표하기 전부터 지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한 부동층 비율이 거의 절반에 육박해 이번 교육감 선거도 ‘깜깜이 선거’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박선영·조전혁 서로 “사퇴하라”

서울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보수진영 박선영 후보는 30일 입장문을 내고 “아이들에게 모범이 돼야 하는 교육감 선거에서 쌍욕도 모자라 불법까지 자행하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조전혁 후보는 해당 건에 대해 사죄하고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박선영 후보와 조전혁 후보는 지난 28일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서울교육감 범보수 단일후보 추대위원회’ 주최로 막판 단일화 협상을 벌였지만 끝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헤어졌다. 후보들이 담판을 짓기 위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이 자리에선 가위바위보, 제비뽑기, 시민단체의 모금으로 사퇴 후보의 선거비용 보전 등 코미디 같은 방안만 쏟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전국학부모단체연합을 비롯한 보수성향 시민단체 회원들은 박선영 후보 선거사무실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박선영 후보 사퇴’를 요구하는 집단 단식에 들어갔다. 앞서 조영달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조전혁 후보는 박선영 후보를 ‘미친×’이라고 지칭했고, 박 후보는 이 녹취록을 폭로했다. 조전혁 후보는 해당 전화를 녹취한 조영달 후보를 겨냥해 “나는 대화를 몰래 녹취하는 자를 ‘인간 말종’으로 본다”고 비난했다.

부동층 표심 막판 변수로

보수 후보 간 갈등이 격화하는 사이 진보진영의 조희연 현 교육감은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앞서 강신만 후보가 조희연 후보를 지지하며 사퇴해 진보진영 단일화가 이뤄졌다.

여론조사 결과 공표 금지 기간 직전인 26일 방송 3사(KBS·MBC·SBS)가 코리아리서치와 한국리서치, 입소스에 의뢰해 발표한 조사 결과 조희연 후보(25.4%)가 박선영(11.1%), 조전혁(9.6%), 조영달(3.0%) 등 후보들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지하는 후보가 ‘없다’와 ‘모르겠다’는 응답률이 48.4%에 달해 부동층의 표심이 막판 변수로 꼽힌다. 이 때문에 각 후보는 선거일 전날까지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초등학교 5학년 자녀를 키우는 홍모씨는 “진보 교육감 체제에서 아이들의 학력 저하가 심해진 것 같아 이번엔 보수 후보를 뽑으려 했다”며 “하지만 후보 간 싸움을 보니 뽑을 만한 사람이 없는 것 같아 고민”이라고 말했다.

박선영·조영달·조전혁 후보는 스스로가 경쟁력 있는 후보라고 주장하면서도 단일화 여지는 닫지 않은 상태다. 다만 이들 3명이 서로 막말과 비방을 주고받으면서 갈등이 더욱 고조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일화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수진영은 8년 전에도 문용린, 고승덕 후보 분열로 조 교육감에게 패했다. 4년 전에도 박선영, 조영달 후보가 표를 나눠가면서 선거에서 졌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좋은교사운동 등 교육계 단체들은 “구체적인 공약 없이 이념과 이미지만 난무하는 선거 운동 속에서 더 나은 선택을 하기는 어렵다”며 “근거 없는 비방을 중단하고, 어떤 비전과 정책이 더 나은 교육을 만들어 갈 수 있는지 치열하게 토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