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공항의 기능을 인천공항 등으로 이전하고 그 부지에 주택을 개발하겠다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와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의 공약이 여야 안팎의 비판에 직면했다. 민주당 소속 후보들까지 불쾌감을 내비친 가운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자기 선거를 위해 제주의 관광산업을 망치려는 이 후보의 ‘콩가루식 사고’”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지난 27일 송 후보와 정책 협약을 맺고 김포공항의 인천공항 이전·통합 및 계양·강서·김포를 아우르는 서부 수도권 대개발을 공약했다. 김포공항의 국내·국제선 기능을 인천공항으로 이전한 뒤 그 부지에 주택단지를 개발하고, 대신 제주와 전남을 연결하는 해저터널을 건설해 관광객의 제주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송 후보는 “강남권 주민들은 청주공항을, 동부권 주민들은 원주공항을 이용하면 된다”며 “여기에 KTX로 제주와 서귀포를 연결하면 서울에서 제주까지 2시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두 후보의 공약은 각자의 선거구보다 제주에서 큰 화제가 됐다. 허향진 국민의힘 제주지사 후보는 “김포공항의 기능이 인천공항으로 이전한다면 서울에서 제주로 관광하러 오는 비용이 4인 가족 기준 10만원 늘고, 시간도 3시간 더 소요된다”며 “제주 관광객은 줄고, 제주 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 역시 28일 제주를 방문해 “이 후보가 자신의 선거를 위해 관광산업 전반에 대한 고려 없이 공약을 내놓았다”며 “(김포공항 이전은) 제주도를 절단할 정도로 무지막지한 공약”이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 측은 이 같은 비판이 정치 공세라며 반발했다. 이 후보 캠프 소속 김남준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이 대표의 비판은) 어설픈 갈라치기”라며 “김포공항의 제주 노선은 인천공항에서 충분히 소화할 수 있고,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으로 제주 접근성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작 민주당 소속 제주 지역 정치인들은 이 후보 측 공약에 반발했다. 민주당 오영훈 제주지사 후보와 송재호 제주도당위원장, 위성곤 국회의원은 28일 기자회견을 열어 “제주의 미래는 제주도민이 결정한다”며 “결정권은 국민의힘에 없고, 송 후보나 이 후보에게 있는 것도 아니다”며 김포공항 이전과 해저터널 건설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후보의 대선캠프 출신인 한 민주당 보좌진은 “김포공항 이전은 지난 대선 때 서울·제주 의원들의 반대로 취소된 공약”이라며 “이를 모를 리 없는 두 사람이 다시금 이전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두 후보가 당내 여론보다 당장의 유불리를 따져야 할 만큼 불리한 상황에 몰렸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