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尹, IPEF 화상회의 참석 >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의 공식 출범을 맞아 일본에서 열린 정상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尹, IPEF 화상회의 참석 >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의 공식 출범을 맞아 일본에서 열린 정상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0년 10월 3일 이수혁 당시 주미대사는 “한국이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기대고 있는 상황에서 두 요소는 같이 가야 한다”는 발언으로 미국 외교가를 발칵 뒤집어놨다. 이른바 ‘안미경중(安美經中)’은 문재인 정부의 외교 정책 기조였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자 관계 설정이 다시 이뤄지고 있다. 후보 시절부터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 등 미국 기조에 부합하는 메시지를 던진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일본보다 먼저 한국을 찾았다. 양국은 군사·안보는 물론이고 경제·기술까지 포괄하는 글로벌 전략동맹으로 관계를 격상시켰다.

일본으로 건너간 바이든 대통령은 23일 한국 등 13개국이 참여하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를 출범시켰다. 24일에는 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안보협의체인 쿼드 정상회의에도 참석한다. 중국의 확장을 막으려는 미국은 속속 동맹연합체를 결성하고 있다.

중국은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왕이 중국 외교장관은 IPEF에 대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를 미국 패권주의의 앞잡이로 만들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당장 보복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도 참여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갈등이 고조되면 언제든 ‘제2의 사드 보복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2016년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로 중국 정부는 한국 콘텐츠 등을 금지하는 ‘한한령(限韓令)’을 내렸다.

한국의 최대 교역국은 중국이다. 지난해 전체 수출과 수입의 각각 25.3%, 22.5%를 차지했다. 전체 수입 중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50.2%나 되는데, 이 중간재의 28.3%(2020년 기준)를 중국에 의존한다. 중국에서 요소를 수입하지 못하면 요소수가 부족해 화물차가 멈춰 물류대란이 일어나는 게 한국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IPEF 출범 정상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IPEF는 역내 국가의 공동 번영을 위한 것”이라며 “한국도 굳건한 연대를 바탕으로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는 ‘안보는 미국과, 경제는 세계와 더불어’라는 ‘안미경세(安美經世)’를 지향한다. 그러나 방향을 한 곳으로 정하고 밀어붙이기엔 한반도를 둘러싼 정치·경제적 지형이 결코 단순하지 않다. IPEF 가입과 동시에 중국과의 갈등을 어떻게 현명하게 풀어나갈지, 윤석열 정부는 새로운 과제를 떠안게 됐다.

서욱진 국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