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 표결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국민의힘이 “명분 없이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여론몰이에 나선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이 협치가 아니라 독재를 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당내 인준 반대 여론에 ‘제동’을 걸고 나온 것도 표결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9일 인천 주안동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 사무실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한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야당에 건넨 협치 카드”라며 “민주당이 뚜렷한 근거 없이 인준 표결에 반대하면 민심의 거센 역풍을 피할 길이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 후보자가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고위직에 잇따라 중용된 만큼 인준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에서 한 후보자 거취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나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선과 연결 짓는 것에 대해서도 “정치 거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고 선 그었다. 윤 대통령도 이날 출근길에서 한 후보자 인준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야당이 상식에 따라 잘 처리해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여전히 “한 후보자 인준을 부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한 후보자는 총리로 다시 등극하기에는 공과 사의 경계를 스스로 너무 무너뜨렸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게 임명 동의안 문제를 책임 있게 매듭지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최근 들어 당내에선 ‘이재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인준 찬성 의견이 나오고 있어 당론으로 ‘인준 반대’를 채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이 위원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후보자에 대해 “국민의 눈높이에서 보면 부적격하다”면서도 “어쨌든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이 처음 출발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민주당 의원도 지난 12일 “임명에 대한 평가는 국민에게 맡기자”며 조건 없는 인준 표결을 주장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지방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이 위원장이 정치적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된다”며 “한 후보자의 임명 동의안 통과 여부를 예측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