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6일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서 국민청원에 직접 답변하는 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6일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서 국민청원에 직접 답변하는 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여부와 관련해 “찬성하는 의견도 많다”고 말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두고 이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 내놓은 전향적인 발언이다. 문 대통령이 임기 내 이 전 대통령을 비롯해 김경수 전 경남지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정·재계 인사에 대한 마지막 사면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향적 입장 밝힌 文

문 대통령은 이날 이 전 대통령 사면에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답변에 직접 나섰다. 문 대통령은 “청원인과 같은 의견을 가진 국민이 많다”면서도 “반면에 국민 화합과 통합을 위해 사면에 찬성하는 의견도 많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아직은 원론적으로 답할 수밖에 없다”며 “사법 정의와 국민 공감대를 잘 살펴서 판단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이번 답변은 이 전 대통령 사면과 관련해 가장 전향적인 발언으로 평가된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국민 공감대를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고, 지난 25일 청와대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도 “판단은 전적으로 국민의 몫”이라는 방침을 밝혔다. 이번 국민청원 답변은 한발 더 나아가 “찬성하는 의견도 많다”고 언급한 만큼 국민 공감대 측면에서의 요건 충족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다음달 10일 퇴임한다. 사면을 단행한다면 다음달 8일 부처님오신날을 계기로 삼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쳐 다음달 3일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사면을 의결하려면 늦어도 이번 주말에는 결정을 마무리해야 한다. 다만 국무회의 일정을 늦추거나 임시 국무회의를 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경수·이재용 등 포함 가능성도

문 대통령이 사면을 단행한다면 ‘국민 통합’을 내세워 이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다른 정·재계 인사까지 포함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하고,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복권시키면서 “통합과 화합, 새 시대 개막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근 청와대에는 종교계와 시민사회단체 등을 중심으로 이 전 대통령과 김 전 지사,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등을 사면해 달라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주요 경제단체는 이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기업인에 대한 사면·복권을 촉구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8월 가석방으로 풀려나 오는 7월 형기가 만료되지만 5년간 취업 제한을 받는다. 신 회장은 취업 제한 대상은 아니지만 집행유예 기간인 까닭에 경영 보폭에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사면 대상 놓고 여야 갑론을박

사면 여부를 놓고 정치권에서는 갑론을박이 나온다. 사면 대상자에 대한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정략적인 ‘패키지 사면’이 이뤄지면 적지 않은 후폭풍도 예상된다.

김근식 전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정세분석실장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전직 대통령, 이 부회장, 김 전 지사는 선거 과정 중에 일어난 범죄이기 때문에 정치범 범죄에 들어간다”며 “정 전 교수는 잡범이어서 분리해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서 “정 여사(전 교수)나 김 전 지사는 빨리 나와야 된다”면서도 “이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다”고 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