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14일 김영진 사무총장을 유임시키기로 했다. 김 사무총장은 ‘이재명계 핵심’으로 분류되는 인사다. 대선에서 패한 이재명 전 경기지사(민주당 상임고문)의 당내 영향력이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박성준 민주당 비대위 비서실장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당의 전반적 사무를 해야 하고 총괄해야 하는 사무총장에 다른 분이 오면 업무 파악 등 여러 일이 있으니 비상시국에서 계속 내부 업무를 보도록 하는 게 마땅하다는 판단이 있었다”며 “김 사무총장은 당을 위해 희생하고 일을 많이 한 이타적인 분”이라고 말했다.

사무총장은 인사, 예산, 조직 등 당의 살림살이를 총괄하는 요직이다. 특히 6월 1일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공천 실무를 총괄하는 핵심이다. 이에 따라 사무총장 자리를 두고 계파 간 갈등이 불거질 때가 많다.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의 분당 과정도 당시 문재인 대표가 최재성 사무총장을 임명한 게 ‘뇌관’ 역할을 했다.

김 사무총장이 이번에 자리를 지키면서 정치권에서 이 전 지사의 당내 장악력이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김 사무총장은 이 전 지사의 중앙대 후배로, 19대 대선 때부터 이재명 캠프에 몸담았다. 비대위원 중 이소영 의원도 이번 대선에서 이 전 지사 대변인을 맡았고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도 과거 “이 전 지사로부터 비대위 합류를 부탁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전 지사가 보다 직접적으로 당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두관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전 지사에게 전화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다”며 “‘이재명 비대위원장 체제’로 6월 지방선거를 돌파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대선 패배의 당사자인 이 전 지사가 바로 당권을 쥐는 것에 대한 반발도 적지 않다. 노웅래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전 지사는 일단 좀 놔두는 게 당으로서도, 본인을 위해서라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