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박빙 판세에 '새 출발' 각오…부산·대구·대전·서울서 격정 연설
차에서 쪽잠, 도시락 끼니 '경부라인 강행군'…이동 중 공약·정책 '열공'
[후보 24시] 파란 운동화 갈아 신은 이재명…"죽을힘 다해 뛰겠다"(종합)
"좋습니다.

그리고 자신 있습니다"
제20대 대선 공식 선거전이 시작된 15일 0시를 조금 넘긴 시각.
부산 영도 바닷바람을 가르며 단상 위에 오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목소리는 결연함으로 가득 찼다.

사실상 출발선에 선 것처럼 남은 3주간 '새로운 출발'을 결심한 모습이었다.

초박빙 판세 속에 반전이 다급한 상황에서 공식 선거 운동을 시작으로 마음을 다잡는 듯했다.

이 후보는 "여기서 조금만 나가면 바다죠. 저 바다를 건너면 전혀 다른 세상이 기다리고 있는 것 아닙니까.

바다를 건너려면 파도도 이겨야 하고, 세월도 견뎌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하루종일 당 점퍼가 아닌 정장 차림이었다.

[후보 24시] 파란 운동화 갈아 신은 이재명…"죽을힘 다해 뛰겠다"(종합)
이 후보의 비장한 의지는 15일 아침 9시 부산 부전역 첫 유세에서도 감지됐다.

그는 첫 유세 전 이른 아침 따뜻한 죽으로 식사를 했다.

죽이나 따뜻한 차와 과일 등 가벼운 조찬이 이 후보의 체력 유지 비결이라고 선대위 인사들이 전했다.

이 후보는 성큼성큼 유세차에 올라 마이크 앞에서 약 46분 동안 쉬지 않고 격정적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제시하면서 위기를 헤쳐갈 유능한 경제 대통령 이재명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듯, 두 손도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연설 내내 내내 "맞습니더~", "이재명"을 연호하는 청중을 향해, 그는 '엄지척' 양손을 하늘 높이 뻗어 보이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재명, 자신 있습니다! 이재명은 할 수 있습니다!
[후보 24시] 파란 운동화 갈아 신은 이재명…"죽을힘 다해 뛰겠다"(종합)
연설 직후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 운동화를 선물 받은 그는 그 자리에서 곧장 구두를 벗었다.

새 신을 신은 이 후보는 부산에서부터 이날 유세가 예정된 대구, 대전을 거쳐 서울까지 뛰어가기라도 할 기세였다.

제자리서 달리는 시늉을 하더니, 깡충깡충 점프하며 환하게 웃기도 했다.

과거 흑백 사진 속에서 미소를 짓고 있던 소년공 이재명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사회를 맡은 배재정 전 의원은 이 후보를 가리키며 "오늘부터 부산 디비지겠습니까.

대한민국 한 번 디빌까요"라고 말했고, 지지자들은 "디비집니다!"라며 열렬히 화답했다.

이 후보는 "이제 부산은 여러분을 믿고, 대구로 가도 되겠죠"라며 하얀 카니발에 몸을 실었다.

지지자들은 이 후보가 차에 타기 직전까지 "이재명이 이깁니더" "힘내세요"라고 외치며 배웅했다.

0∼1도를 오간 찬 날씨에 거의 50분간 격정 연설을 한 이 후보는 그제야 잠시 등을 기댔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전 시군 단위의 지자체까지 찾아다닌 이 후보는 선거를 치르는 내내 식사도, 휴식도, 공부도 길 위에서 해결하고 있다고 수행비서 한준호 의원과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설명했다.

하루 3∼4시간밖에 자지 않으며 강행군을 이어가는 만큼 차 안에서 틈틈이 눈을 붙이며 기운을 차리고, 끼니는 도시락으로 때우는 게 일상이라고 한다.

간식은 거의 먹지 않지만, 날씨가 부쩍 추워진 만큼 따뜻한 차나 커피 한 잔으로 몸을 녹이기도 한다.

이외 시간에는 다음 이동 지역에 관한 현안 자료와 공약을 챙겨보고, 쏟아지는 문자 메시지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소셜미디어(SNS)도 틈틈이 확인한다.

이 후보는 이날도 부산에서 대구로 이동하는 동안 보수의 심장부를 두드릴 연설문을 점검하기도 했다.

[후보 24시] 파란 운동화 갈아 신은 이재명…"죽을힘 다해 뛰겠다"(종합)
다시 파란 운동화를 신고 대구 동성로 유세차에 오른 이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첫날 제가 태어나고 자랐던 이곳에서 여러분을 만나 뵙게 돼 정말 눈물 나게 반갑다"고 말했다.

그는 "대구 경북이 낳은 첫 민주당 대통령 후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여러분을 믿고 열심히 뛰겠다"고 외쳤다.

유세장에 모인 2천여 명의 지지자들은 "내가 낸데"라며 목청을 높였다.

이날 함께 유세한 '대구 토박이' 조응천 의원은 이 말을 가리켜 "대구 사람들 알죠. 양심 지키고, 상식을 따른다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대구 동성로 유세는 민주당의 '험지'가 맞나 싶을정도로 '파란 물결이' 가득했는데, 동성로가 청년들의 '핫플레이스'이기 때문인지 유독 젊은 층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대구 연고의 '삼성 라이온즈' 야구 경기라도 응원하러 온 것마냥 파란 막대풍선을 두드리며 환호했다.

이 후보의 지지 취약층으로 꼽히는 '20대 남성' 권기범(20·대학생)씨는 민주당원이냐고 묻자 "아니다"라면서도 "우리나라 경제가 살 수 있을 것 같다"며 이 후보 지지 이유를 설명했다.

[후보 24시] 파란 운동화 갈아 신은 이재명…"죽을힘 다해 뛰겠다"(종합)
다시 차량에 몸을 실은 이 후보는 대구 유세를 마치고 2시간여만인 오후 3시 중원의 스윙보터, 대전에 도착했다.

이 후보가 중구 으능정이 문화의 거리에 마련된 유세차에 오를 즈음 제법 굵은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거리를 가득 메운 지지자들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이재명"을 외쳤다.

부인 김혜경 여사의 고향이 충청도라며 '충청의 사위'임을 강조한 이 후보는 "충청도에 오니 갑자기 푸근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직전에 같은 장소에서 유세하고 간 '충청의 아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의식한 듯 "바로 전에 존경하는 윤 후보가 유세하셨다고 들었다"며 "물건을 살 때도 비교하고 꼼꼼히 체크하는데 이 나라를 제대로 바꿀 유능한 후보인지 보고, 주변에 알려 우리의 선택이 곧 국민의 선택이 되도록 해야 하지 않겠냐"고 호소했다.

이에 지지자들은 "비교 끝"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 후보는 대전엑스포가 열렸던 1993년에 태어난 청년들에게서 선물 받은 대전엑스포 마스코트 '꿈돌이' 인형을 품에 안고, 이날 경부라인의 종착지인 서울로 향했다.

[후보 24시] 파란 운동화 갈아 신은 이재명…"죽을힘 다해 뛰겠다"(종합)
서울에 도착한 이 후보는 강남고속터미널에 모여든 지지 인파에게 부산에서부터 신고 온 운동화를 내보이며 다시금 각오를 다졌다.

이 후보는 "부산 청년들이 더 열심히 뛰라고 제게 운동화를 선물해 주셨다.

제가 이 신발을 신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기 위해 국민 여러분보다 열심히 뛰겠다"고 다짐했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첫 유세에서 그랬던 것처럼 달리기하는 포즈를 취하고, 힘껏 점프를 해 보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세상을 믿고 역사를 믿기에 3월 9일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며 "죽을 힘을 다하겠습니다"라고 외쳤다.

합동유세에는 이 후보를 비롯, 선대위원장단과 서울 지역구 의원, 서초갑 재보선에 출마한 이정근 후보 등 전국 각지로 흩어졌던 당내 인사들이 '헤쳐모여'식으로 총집결했다.

이 후보가 연설 직전 선대위원장들에게 일일이 당의 색인 파란색 목도리를 걸어주자 마지막으로 총괄 선대위원장인 이낙연 전 대표가 이 후보의 목에 목도리를 둘러주며 '원팀'을 과시했다.

[후보 24시] 파란 운동화 갈아 신은 이재명…"죽을힘 다해 뛰겠다"(종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