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선 내년 대선을 100일 앞두고 실시하는 여론조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부활 이후 치러진 일곱 번의 대선 중 여섯 차례나 D-100일 여론조사 지지율 1위 후보가 대권을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대선 D-100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가장 높은 후보가 실제 투표에서도 승리한 사례는 15대(1997년), 17대(2007년), 18대(2012년), 19대(2017년) 등 네 번이다. 15대 대선 100일 전인 1997년 9월 초 여론조사에서는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가 30%로 지지율이 가장 높았다. 이어 이회창 신한국당 후보 21%, 조순 민주당 후보 17% 순이었다.

17대 대선에서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D-100일 여론조사는 물론 본선에서도 다른 후보들을 여유 있게 제치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18대 대선은 D-100일 여론조사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41%, 안철수 무소속 후보 23%, 문재인 민주당 후보 18%의 3자 구도였다. 여론조사 2~3위인 문재인-안철수 후보는 막판 단일화에 성공했지만 문 후보가 박 후보에게 패해 고배를 마셨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 사태로 임기를 채우지 못해 조기에 치러진 19대 대선에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일찌감치 대세론을 굳히며 D-100일 여론조사와 본선 모두에서 압승을 거뒀다.

1987년 13대 대선과 1992년 14대 대선에서는 투표 전 여론조사를 둘러싼 위법 논란이 불거져 D-100일 여론조사가 실시되지 않았다. 2002년 16대 대선에서는 D-100일 여론조사에서 3위에 그친 노무현 민주당 후보가 본선에서 여론조사 1위였던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여론조사 2위였던 정몽준 후보와 극적으로 단일화를 이뤄내면서 당선에 성공한 것이다.

내년 대선은 뚜렷한 양강 구도를 형성한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간 여론조사 격차가 오차범위 수준에 있어 예측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현경보 한국정치조사협회연구소 대표는 “‘대장동 특혜 개발’이나 ‘고발 사주’ 등 후보들을 둘러싼 리스크가 여론조사 결과를 뒤엎을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