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자신이 요구한 25조원 규모의 전 국민 방역지원금(재난지원금)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소상공인 50조원 손실보상에 대해 당 대 당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윤 후보는 “돈 뿌리기는 그만하고 물가 대책에 주력하라”고 맞섰다.

이 후보는 15일 페이스북에서 “25조원(1인당 50만원 기준)과 50조원을 한 테이블에 올려놓고 협의하자”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원 대책도 협의가 가능하다. 윤 후보도 복안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개인방역 지원과 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 전 국민 지원금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윤 후보는 피해계층 지원이 더 중요하다며 집권하면 취임 후 100일 안에 50조원을 투자해 자영업자 손실을 보상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후보는 당 선대위 회의에서도 윤 후보의 공약을 언급하면서 “내년보다 지금이 더 급하고 중요하다”며 “당장 소상공인 매출을 늘릴 수 있는 소비쿠폰을 전 국민에게 지급해 가계소득을 지원하는 정책을 당 대 당으로 협의하자”고 말했다. 윤 후보를 겨냥해 “당선되면 하겠다고 속여 목적을 이루려는 게 아니라면 지금 단계에서 협의해달라”고도 했다. 이 후보가 말한 소비쿠폰은 방역지원금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윤 후보는 페이스북에서 “문재인 정부는 재정을 통한 무분별한 돈 뿌리기를 지속해 왔다”며 “현금 살포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무리한 재정 지출과 이에 따른 유동성 증가가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는 데 크게 일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내년 대선 전 재난지원금 지급을 추진하는 이 후보 및 민주당과 차별화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윤 후보는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라 주거비 부담도 상승했고, 생활물가 상승도 미리 대비하지 못하고 가격이 오른 후에야 (정부가)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며 “이성적이고 계획성 있는 정상적인 재정 집행을 통해 물가를 자극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여야는 전 국민 지원금을 두고 부딪쳤다. 당초 지원금 지급과 관련해 내년 예산액에서 10조1000억원(1인당 25만원) 증액을 요구했던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8조1000억원(1인당 20만원)으로 증액안을 수정했다. 이해식 민주당 의원은 “초과 세수가 15조원 이상이라는 평가도 있다. 8조원 정도는 충분히 마련할 수 있지 않냐”고 예산 반영을 촉구했다.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은 세금 납부 유예를 추진하겠다고 하는데 이것부터 법 위반”이라고 했다.

행안위는 결국 전 국민 지원금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예산안을 의결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넘겼다. 예결특위 본심사 과정에서 여야가 다시 치열하게 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올해 초과세수를 활용해 손실보상 제외업종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여당이 추진하는 전 국민 지원금에 재차 선을 그은 것으로 해석된다. 홍 부총리는 “단계적 일상 회복과 연계해 소상공인 등 피해계층 지원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주문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