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경선 하차로 발생한 2만3000여 표의 무효표를 유효투표 수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정 전 총리의 득표가 모두 사표로 처리되면서 이재명 경기지사의 경선 득표율은 51.41%에서 53.70%로 높아졌다. 과반 득표를 얻어 본선 직행을 노리는 이 지사에게는 호재, 국회의원직까지 내놓으며 배수진을 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에게는 악재라는 평가다.

민주당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는 15일 국회에서 회의를 열고 정 전 총리의 대선 경선 후보 사퇴에 따른 투표율 산정 안건을 심의했다. 당 선거관리위원장을 맡은 이상민 의원은 회의 후 “선관위는 전원 일치 의견으로 당규에 의한 해석을 확인하고 의결했다”며 “특별당규 59조에 따라 정 전 총리가 얻은 투표율은 무효 처리되고, 60조에 따라 이를 제외한 표 중 과반을 최종적으로 얻은 후보가 당선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선관위 결정에 따라 현재까지 1위인 이 지사(28만5856표)의 득표율은 기존 51.41%에서 53.70%로, 2위인 이낙연 전 대표(17만2790표)는 31.08%에서 32.46%로 조정된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6만3122표)은 11.35%에서 11.85%, 박용진 의원(6963표)은 1.25%에서 1.30%, 김두관 의원(3526표)은 0.63%에서 0.66%로 오른다.

민주당 내에선 이번 결정으로 이 지사의 과반 득표를 저지하고 결선투표에서 승리하겠다는 이낙연 캠프의 계획이 암초를 만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본경선에서 특정 후보가 과반을 득표하면 상위 2인 후보를 대상으로 한 결선투표는 성사되지 않는다.

의원직을 포기하며 총력전을 선언한 이 전 대표 측은 악재를 맞은 셈이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이 전 대표 사직안을 처리했다. 무기명으로 이뤄진 이번 투표에서 이 전 대표 사직안은 총투표 수 209표 중 찬성 151표, 반대 42표, 기권 16표로 가결됐다. 이 전 대표 사퇴로 공석이 된 서울 종로 선거구는 내년 3월 대선과 함께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치르게 된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이 지사가 과반 득표로 연승을 이어가자 반전을 위해 의원직 사퇴라는 승부수를 꺼내들었다. 이 전 대표는 신상 발언에서 “정권 재창출이라는 역사의 책임 앞에 자신이 가진 가장 중요한 것을 던지기로 결심했다”며 “삶을 흔들어놓은 보좌진에겐 큰 빚을 졌다”고 말했다.

자유의 몸이 된 이 전 대표는 호남 경선을 앞두고 당 지지자들에게 ‘본선에서 이길 수 있는 안정감 있는 후보’라는 이미지를 전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전 대표 측은 추석 연휴부터 호남 지역에서 캠프 조직을 총동원해 유세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는 사직안 표결 후 기자들을 만나 “지금까지의 생애와 충정을 (유권자들에게) 전달하고 신뢰를 얻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경선 도중 중도 사퇴한 정 전 총리와의 전날 통화 사실을 밝히며 “정세균 전 총리가 ‘서로 마음을 잘 알지 않느냐’ 하셨다”고 전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