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이낙연 전 대표의 의원직 사퇴 의사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이 전 대표가 “저의 모든 것을 던져 정권 재창출을 이루겠다”며 의원직을 던지기로 했지만 결과적으론 ‘사퇴쇼’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9일 기자들과 만나 “송영길 대표가 이 전 대표에게 직접 전화해 사퇴를 만류했다”고 밝혔다. 윤호중 원내대표도 전날 이 전 대표에게 전화해 사퇴 철회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 대변인은 “지도부는 이 전 대표의 정권 재창출을 향한 충정, 대선후보로서의 결의 배경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향후 ‘원팀’으로 경선을 치러나가기 위해선 모든 사람이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지도부의 우려에도 이 전 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짐을 빼고 의원실 보좌진을 모두 면직하는 등 사퇴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당 지도부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사퇴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은 낮아졌다. 의원직 사퇴를 위해선 재적의원 과반수 표결에 과반수 찬성이 필요하다. 민주당 지도부가 반대하면 사퇴안 처리가 어렵다.

민주당에선 이 전 대표의 사퇴 결정에 대해 “지역구인 서울 종로구의 ‘정치 1번지’로서 상징성을 고려하면 당에 부담을 준 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전 대표의 의원직 사퇴가 경기지사직을 유지하고 있는 이재명 지사의 지사직 사퇴를 압박하는 공세로 해석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지난달 6일 이재명 캠프 전략본부장인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이낙연 캠프가 ‘지사 찬스’를 언급하며 이 지사의 지사직 사퇴를 요구하자 “그렇다면 국회의원들도 사퇴해야 한다”고 받아쳤다.

이낙연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인 설훈 민주당 의원이 이날 의원직 동반 사퇴를 선언하려다가 번복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설 의원은 이날 오전 11시40분 국회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었지만 30분 전인 11시10분께 회견을 취소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