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내년 북한이탈주민 예산 인원기준 1000→770명 축소
세계적인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지난해와 올해 국내로 들어오는 북한이탈주민 수가 급감하자 정부가 이들을 위한 내년도 정착금 및 하나원 교육훈련 예산을 줄였다. 대신 북한이탈 청소년을 위한 학교 지원금이나 관련 재단을 통한 '미래행복통장' 지원금은 증액했다. 현재 국립중앙도서관에 있는 북한자료센터는 별도의 '통일정보자료센터'로 신규 건립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통일부는 2일 1조4998억원 규모의 '2022년도 예산안'을 발표하고 3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안은 지난달 31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예산안에 따르면 일반적인 통일부 운영 및 사업에 쓰이는 '일반회계' 예산은 2304억원, 남북협력 사업 등에 사용하도록 지정된 '남북협력기금'은 1조 2694억원으로 총 1조4998억원이다. 총액 기준으로 올해보다 1.7% 증가했다.

일반회계 사업의 57%를 차지하는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 및 통일교육 예산은 올해보다 각각 2.8%, 3.5% 감액됐다. 국내에 들어온 북한이탈주민 수가 급감해서다.

북한이탈주민은 2019년 1047명에서 지난해 229명, 올해 상반기 기준 30여명대로 크게 줄어든 상태다. 올 연말까지 100명 안팎일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코로나19 방역 등을 이유로 중국과의 국경지대에 대한 감시·관리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통일부는 탈북민 입국과 관련된 예산편성 기준 인원을 올해 1000명에서 내년도 770명으로 축소했다. 연쇄적으로 이들을 위한 정착기본금·주거지원금·정착장려금·보조금·고용지원금 등의 예산이 모두 줄었다.

그러나 정착금 및 교육훈련비(489원→420억원)는 줄이는 대신 탈북민 정책과 지원체계 운영비, 하나재단을 통한 지원사업 예산(490→532억원)은 증액했다.

북한이탈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에 대한 지원금(43억7000만원→45억2700만원)을 형평성 차원에서 소폭 늘렸고, 현행 근로소득이 있는 이탈주민만 4년간 최대 5000만원의 목돈을 만들수 있도록 정부가 1대1로 매칭했던 '미래행복통장'은 사업소득자까지 대상을 확대(61억원→83억원)했다. 탈북주민들을 위한 온라인 민원신청시스템 구축 사업, 힐링 프로그램은 신설됐다.

통일을 대비한 통일정책 수립 및 북한정세분석, 통일을 대비한 국내외 공감대 형성과 교육을 위한 예산은 늘렸다. 통일부는 기존의 ‘남북관계발전위원회’를 뒷받침하는 지원체계로 ‘남북관계발전포럼’을 구성하기로 했다. 또 일반시민·민간단체·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분야별 민관협업 협의체’(사회통합, 교류협력, 인도협력)도 만든다.

또 국내 통일·북한자료를 가장 많이 보유한 기관인 통일부 산하의 ‘북한자료센터’는 별도의 '통일정보자료센터'로 신축하기 위해 부지비(일부분) 13억원과 설계비 19억원을 편성했다.

평화통일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등을 운영할 권역별 '통일플러스(+)센터'는 2024년 충청·경기권에서 개관하는 것을 목표로 내년도 예산에 반영했다. 통일플러스센터는 2018년 인천을 시작으로 호남과 강원권에서 각각 2023년 문을 열 예정이다.

이 밖에도 국내외 통일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활동 예산과 해외 학술교류 지원, 비도서 자료 디지털화, DMZ(비무장지대) 평화적 이용을 위한 '평화의길'사업, 판문점 견학운영, 화살머리고지 기념관 설립 등에 예산을 늘렸다. 차세대 통일전문가 과정도 새로 생긴다. 2019년부터 줄어든 남북경제교류협력대출 예산(148억→250억원)은 2018년 수준으로 증액했다.
반면 이산가족 교류 등 교류활성화 기반조성비, 북한인권기록센터 운영비, 남북회담 추진비, 등은 교착상태인 남북관계와 올해 소진률 등을 반영해 축소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