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사진=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사진=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원희룡 전 제주지사와의 통화 녹취록을 공개한 이유로 부모님을 꼽았다.

18일 새벽 이준석 대표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복잡한 심경 속 저를 정말 아끼시고 조언해주시는 많은 분들의 마음에 따라 하루 종일 언론에 일절 대응하지 않고 있었다"며 "집에 돌아와 보니 아마 그분들보다 저를 더 아끼고 걱정해주실 부모님이 속상해하시는 모습을 보고 내용을 공개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전날 밤 11시 16분경 지난 10일 통화한 원 전 지사의 음성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했다.

원 전 지사는 앞서 "이 대표가 내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금방 정리된다'라고 말했다"고 주장했고 이 대표는 녹취록을 공개함으로써 '정리된다'의 주어가 윤 전 총장이 아닌 캠프와의 갈등 상황이었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혹시나 헛된 기대 때문에 해당 대화의 앞 뒤의 내용은 궁금해하지 말아 달라"며 "제가 보기에는 다소 간의 무리가 있어도 충분히 당 대표가 되어버린 젊은 후배에게 항상 존경해왔던 선배가 할 수 있는 충고의 내용 정도이고 저는 원 지사님의 지적을 깊이 새긴다"고 설명했다.

이어 "절대 더 이상 당 내에서 비전과 정책, 개혁과 혁신이 아닌 다른 주장이 나와서는 안된다"며 "사무실에서 공직후보자 역량강화 TF 관련 회의를 하면서 굳건히 당 개혁에 매진하는 우리 사무처 조직국 식구들에게서 많은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준석 대표가 공개한 녹취록 /사진=이 대표 페이스북
이준석 대표가 공개한 녹취록 /사진=이 대표 페이스북
원 전 지사는 전날 "이 대표가 '윤 전 총장이 금방 정리된다'고 말한 것을 직접 들었다"며 "특정 후보가 '정리된다'는 말은 갈등이 정리된다는 뜻이 아니라 후보로서 지속성이 정리된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국회방송 인터뷰에서 "자신감이 있으시면 제가 '윤 전 총장'을 주어로 말했다는 것을 확실히 말해달라"며 "제가 어떻게 정리한다는 말인가. 제가 그럴 능력이 있나. 손가락 튕기면 정리하는 능력이라도 있다는 것인가"라며 날을 세웠다.

이날 밤 이 대표는 음성기록 프로그램 클로바로 작성된 대화록을 올려버렸다. 그는 "참석자1이 저, 참석자 2가 원 전 지사"라고 설명했다.

녹취록에서 원 전 지사는 경선 과정의 갈등에 대해 "우리 캠프로 싸우는 사람들 나중에 다 알아야 될 사람들이잖아요"라며 우려했다. 이 대표는 "너무 걱정 말라"며 "저쪽에서도 입당 과정에서 그렇게 해가지고 세게 이야기하는 거지, 저희하고 여의도 연구원 내부 조사하고 안 하겠느냐"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저거 곧 정리된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해명에 따르면 '참석자1'이 언급한 '여의도 연구원 조사'는 지도부와의 갈등으로 윤 전 총장의 지지율도 주춤해졌다는 분석 자료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원 전 지사는 18일 오전 이 대표 발언과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공지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