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모들과 국회로 > 이재명 경기지사(가운데)가 8일 참모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위해 국회 소통관으로 걸어가고 있다. 이 지사는 “앞으로 당내 경선에서 네거티브 선거 운동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연합뉴스
< 참모들과 국회로 > 이재명 경기지사(가운데)가 8일 참모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위해 국회 소통관으로 걸어가고 있다. 이 지사는 “앞으로 당내 경선에서 네거티브 선거 운동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연합뉴스
여야 1위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서로를 향한 뇌물수수 의혹을 제기하며 난타전을 벌였다. 윤 전 총장 측은 이 지사의 성남FC 뇌물 의혹을 정조준했고, 이 지사 측은 윤 전 총장 부인인 김건희 씨가 운영하는 코바나컨텐츠의 후원금 논란으로 맞받았다. 야권에 칼을 겨눈 이 지사는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권주자들을 향해선 네거티브 공세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서로를 향한 날 선 공격으로 ‘제 살 깎아 먹기’ 논란에 휘말렸던 여당 경선이 원팀 경쟁으로 바뀔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여야 1위 주자 ‘뇌물 의혹 맞불’

윤 전 총장 캠프의 김병민 대변인은 지난 7일 “이 지사가 성남FC를 통해 어떤 정치적 이익을 얻었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논란은 이 지사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2015~2017년 축구 구단인 성남FC에 6개 기업이 161억원 상당의 뇌물성 후원금을 줬다는 의혹이다. 윤석열 캠프 법률팀은 “기업들에 토지 용도변경을 해주는 대신 혜택을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 방향으로 환수했다면 뇌물 범죄”라며 “시장이 구단주가 아니었다면 어느 기업이 수십억원을 선뜻 후원하겠냐”고 지적했다.

이에 이 지사는 “성남FC의 수입은 개인 이재명이 아니라 성남시의 이익”이라며 “국정에 대한 몰이해와 준비 부족, 중구난방을 보면서도 검사로서의 실력은 믿었는데, 지금 보니 실력조차 형편없을 뿐 아니라 권력을 쥐면 위험하다는 걸 알게 됐다. 악성 특수부 검사”라고 평가절하했다. 이 지사는 8일에도 “윤 전 총장이 일본 극우 세력을 대표하는 분들을 선생님으로 두거나 퇴행적인 구태 정치인을 교사로 둔 것 아닌가 싶다”고 맹공했다.

이 지사의 수행실장인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오히려 문제가 되고 냄새가 풀풀 나는 것은 (윤 전 총장 부인이 운영하는) 코바나컨텐츠 기업 협찬금”이라고 맞받았다. 그는 “윤 전 총장이 검찰총장 임명을 앞두고 잠재적인 수사 대상 기업들로부터 보험성 협찬을 받았다는 의혹이 있다”며 “당시 전시회 협찬 계약과 금액이 큰 폭으로 급증해 이상하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네거티브 중단”에 이낙연 “환영”

그동안 이 지사와 윤 전 총장은 상대를 향한 직접적인 공격은 피해왔다. 하지만 진영 내 네거티브 공방이 거세지고 지지층마저 피로감을 느끼자 내부 다툼 대신 상대 진영의 유력주자를 때리는 것으로 전략을 바꾼 것으로 분석된다. 이 지사는 8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이 순간부터 실력과 정책에 대한 논쟁에 집중하고 다른 (여권) 후보님들에 대해 일체의 네거티브적 언급조차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지역 순회 중에 ‘민주당이 집안싸움을 너무 심하게 한다’는 쓴소리를 많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후보 간 사실 확인이 필요한 경우 캠프 간 소통채널에서 먼저 확인과정을 거쳐 불필요한 의혹 제기와 공방이 발생하지 않게 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 지사의 네거티브 중단 선언은 최근 이낙연 캠프와의 공방이 격화되면서 자신의 지사직 사퇴 논란으로까지 이어지자 이를 막으려는 목적으로 해석된다. 이 전 대표 측의 네거티브 공세에 대한 무언의 비판 차원에서 선언이 이뤄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 전 대표는 “늦었지만 환영한다”고 호응했다. 그러면서도 “저는 이미 지난 7월 네거티브 자제를 포함한 경선 원칙을 제안드렸고 이 후보가 저의 제안에 응답한 것”이라며 “말이 아닌 실천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용진 의원 캠프는 “말만 앞세우지 않으려면 (이 지사와 이 전 대표 간 벌어진) 조폭 논란 관련 책임자들을 문책하길 바란다”고 했다.

윤 전 총장 역시 최근 당 행사에 연달아 불참한 뒤 내부에서 이른바 ‘돌고래 논란’이 불거지자 공격 대상을 외부에 돌리고 있다. 윤 전 총장 캠프의 김 대변인은 “옵티머스 관련 사건으로 조사를 받던 이 전 대표의 측근이 극단적 선택으로 숨지는 참담한 일이 벌어졌지만, 이 전 대표는 서면조사조차 실시하지 않은 채 정치적 면죄부를 줬다”며 이 전 대표도 겨냥했다.

‘명낙대전’ 지속될 수도

여야 유력 주자들이 내부 주자 비판보다는 상대 진영으로 공격 목표를 옮기고 있지만 이 같은 전략이 얼마나 오래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은 10월, 국민의힘은 11월에 최종 후보가 결정되기까지 주 경쟁 상대는 당내 주자들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본선 경쟁력 확보에 앞서 일단 당내 경선에서 승리하는 게 중요한 만큼 10~11월까지는 대선 주자들의 주된 관심이 외부가 아닌 내부로 쏠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날도 이 지사의 네거티브 중단 선언 직전까지 캠프 사이에선 날 선 신경전이 이어졌다. 이낙연 캠프 경선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설훈 의원이 당내 네거티브 논란에 대해 “지난 대선 땐 더 심했고 노무현 대통령 때도 그랬지만 결국은 원팀이 됐다. 그런데 이번엔 경우가 조금 다를 순 있다”며 “만일 이 지사가 본선 후보가 된다면 (원팀이) 장담이 안 된다”고 했다. 이에 이재명 캠프의 현근택 대변인은 “국민과 당원들에게 공공연하게 협박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반발했다. 이재명 캠프 총괄특보단장인 정성호 의원은 “경선에 불복하겠다는 속내를 내보인 것 아니냐”는 반응을 냈다가 네거티브 중단 방침을 의식한 듯 10분 만에 삭제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