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미군기지 전경./ 연합뉴스
용산 미군기지 전경./ 연합뉴스
서울 용산 주한미군 기지 일부가 이르면 내년 초 우리 정부에 반환된다. 반환 부지 면적은 약 50만㎡로 전체 기지 면적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다만 한·미는 이번에도 반환 부지의 환경오염 정화 비용의 부담 주체에 대해 합의하지 못했다. 나머지 부지의 반환 일정도 확정되지 않아 향후 용산공원 조성 등 전체 부지 개발 계획이 지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외교부는 29일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소파) 공동 합동위원장인 고윤주 외교부 북미국장과 스콧 플로이스 주한미군 부사령관이 유선협의를 갖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반환이 결정된 부지는 기지의 녹사평대로 이남 지역인 ‘사우스포스트’ 내 미군 이전이 완료된 지역으로 알려졌다.

용산기지 부분 반환은 전체 면적의 약 2.5%에 해당하는 사우스포스트 내 스포츠필드와 소프트볼경기장을 반환받은 지난해 12월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양측은 “용산기지가 현재 사용 중인 미군기지로서 캠프 험프리스(평택기지)로 이전을 완료하는 것이 양국 이해에 부합한다”며 “현재 진행 중인 이전사업이 촉진될 수 있도록 양국이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양국은 용산기지를 포함해 반환이 예정된 12개 기지에 대한 반환도 신속히 진행할 필요성에도 공감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반환 기지 중 몇 곳은 연말까지 반환받는 걸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지자체 개발 계획이나 환경협의회 종합 진행상황 등을 판단해서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은 이 밖에도 용산기지의 구역 중 주한미군의 사용이 종료된 구역에 대해서는 방호 관련 제반조치가 완료되는 대로 우선 반환이 가능한 구역들을 식별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다만 기지 반환의 최대 현안인 환경오염 정화 비용 문제는 이번에도 공동성명에 포함되지 않았다. 양국은 이번 부지 반환 과정에서 환경조사팀을 구성해 2주에 한 번씩 조사를 진행하기로 합의했지만 비용 분담 문제에서는 합의를 보지 못했다. 현재 주한미군은 철수한 기지에서 맹독성 발암물질 등이 검출됐음에도 모호한 소파 규정을 들어 정화 비용 부담을 거부하고 있다. 이미 반환받은 기지 중 정화가 완료된 24곳의 정화 비용은 약 2200억원에 달했다.

정부는 앞서 2019년과 지난해 기지 16곳을 반환받으며 한국이 환경오염 정화 비용을 우선 부담한 뒤 차후 한·미 협의를 통해 비용 분담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미국이 입장을 바꿔 비용을 부담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주한미군과 협의 과정에서 환경 비용의 책임 주체를 설정하기 위한 작업 뿐 아니라 소파 규정을 개정하는 방향도 같이 논의하고 있다”며 “이 사안들을 논의해나가는데 대한 공감대는 이미 2019년 있었기 때문에 분과위원회 차원에서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반환 절차에 따라 용산공원 조성이 더욱 지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초 정부는 2027년까지 196만7582㎡의 용산기지 이전을 완료하고 용산공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이었지만 2030년 이후로 밀린 상황이다. 하지만 용산기지 전체 반환의 핵심 지역인 한·미 연합사령부 이전 시점이 확정되지 않으며 반환 일정도 미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지 부분 반환 결정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실질적 규모의 반환을 추진하면서 부분 반환된 부지를 통해 국민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소중한 공원으로 먼저 활용하고자 한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