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오른쪽)가 20일 충북도청을 찾아 이시종 충북지사와 인사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오른쪽)가 20일 충북도청을 찾아 이시종 충북지사와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대통령 선거 최종 후보 확정 시기가 5주가량 연기되면서 후보별로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여당 1위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 측은 “대세에 지장 없다”는 입장인 반면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측은 “역전을 위한 시간을 벌었다”고 자신했다. 경선 일정이 늦춰진 만큼 ‘검증 시간’도 늘어나 후보별 ‘리스크 관리’가 경선 판세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다.

굳힐까, 역전할까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0일 “양강 구도가 뚜렷해진 시점에 경선이 연기되면서 후보별 유불리를 따지기가 쉽지 않다”면서도 “추격하는 이 전 대표 입장에서는 시간을 벌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낙연 캠프 총괄본부장을 맡은 박광온 의원 역시 라디오 방송에서 “떠났던 민주당 지지자가 이낙연에게 돌아오고 있다”며 “다음달 안에 ‘골든크로스(1·2위 주자 간 지지율 역전)’가 나타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대세론’에 힘입어 조기에 후보로 확정되는 전략을 밀어붙였던 이 지사 측에도 경선 연기가 유리하다는 분석이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상승세에 있을 때 상승 흐름을 타는 게 중요한데 이 전 대표 입장에서는 흐름이 끊긴 것”이라며 “이 지사가 오히려 전열을 가다듬을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재명 캠프 관계자는 “정책 중심으로 이슈와 국면을 전환할 계획”이라며 “이 지사는 직접 마이크를 잡고 자신있게 정견을 발표하는 모습을 보이며 적극적으로 선거전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경선 연기가 후보 모두에게 불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신 교수는 “민주당으로서는 관심이 높아질 때 경선이 미뤄지면서 흥행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이 교수는 “지뢰(돌발 악재)는 누구에게나 터질 수 있다”며 “최종 후보 결정 기간이 길어진 만큼 실수를 누가 덜 하느냐에 따라 판가름이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 선거관리위원회가 경선 기간 중 매주 2회씩 총 17~18회의 TV토론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도 후보들에게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 지사는 예비경선 토론 과정에서 여배우 스캔들 의혹에 “바지 내릴까요”라고 부적절하게 대응하면서 이 전 대표의 추격을 허용했다. 하지만 이 전 대표에 대한 공세 수위도 올라가는 상황이어서 이 전 대표 역시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대법원 선고를 앞둔 김경수 경남지사의 판결 결과 역시 민주당 경선 판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때 대통령 후보로도 거론된 친문(친문재인) 적자로 꼽히는 김 지사가 ‘생환’하면 김 지사를 향한 대권주자들의 구애가 거세질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민주당 내 권리당원의 지지가 높은 김 지사가 어느 후보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경선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최고조 兩李 신경전

이 지사와 이 전 대표의 신경전은 최고조로 치달았다. 이 지사는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이낙연 캠프 측에서 제기한 경기도 산하기관 공무원의 여당 경선 개입설과 관련, “일부러 물을 흐려서 본인들을 숨기기 위한 작전일 가능성이 많다”며 “예를 들면 주어진 권한을 가지고 주변 친인척이나 측근들이 혜택을 보던 사람인지 검증하는 게 진짜 검증”이라고 되받아쳤다.

앞서 이낙연 캠프 측은 경기도교통연수원 임원 J씨가 텔레그램을 통해 이 지사의 선거 운동을 도왔다는 사실을 거론하면서 이 지사 개입설을 제기했다. 이 지사의 ‘측근 검증’ 발언은 이 전 대표의 옵티머스펀드 사기 사건 연루 의혹을 에둘러 언급하면서 되치기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다.

이 전 대표는 이 지사가 제기하는 의혹에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옵티머스 사건’ 연루 의혹에 대해서는 “검찰이 설마 저를 봐줬겠냐”고 일축했다. 이 지사가 앞서 거론한 ‘전두환·박정희 찬양 논란’에는 “만약 그랬다면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공천을 받았겠느냐”며 “전남에서 국회의원 네 번에, 도지사를 했는데 그런 것이 쟁점이 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