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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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장관이라는 자리, 참 한가한가 보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꽤 많을 것 같다.

박장관은 연초 취임 직후부터 '한명숙 전 국무총리 불법 정치자금 수수사건'을 챙기더니 6개월이 지나도록 그 일에 매달렸다. 그리고 엊그제 직접 4개월여에 걸친 감찰결과를 발표했다. 그런데 아무리 들어봐도 기존에 알려진 사건의 실체적 진실과 뭐가 달라졌다는 것인지 알수가 없다.

많은 국민들은 법무부장관이 대법원 유죄 확정판결 사건을 떠들썩하게 재론한 만큼 뭔가 있나보다며 지켜봤다. 그런데 6개월을 파헤쳤는데도 대법원의 유죄 판단과, 대검의 모해위증 의혹 무혐의를 부정할 어떤 사실 관계도 나오지 않았다.장관이 이렇게 헛발질 해도 대한민국 법무행정은 이상없이 돌아갈 수 있는 것인지 궁금증이 커지지 않을 수없다.

한 전 총리는 건설업자 한만호(2018년 사망)씨로부터 2007년 9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죄로 2015년 8월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징역 2년형을 복역하고 출소했다. 검찰 한명숙 수사팀이 재판에서 위증을 강요했다는 주장이 지난해 4월 무렵부터 여권에서 제기됐다. 이후 추미애‧박범계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이 이어졌지만 지난 3월 무혐의로 결론나자 박 장관은 고강도 합동 감찰카드까지 꺼냈다. 한 전 총리도 지난달 30일에 나온 자서전에서 “이번 합동 감찰을 통해 나의 진실이 드러나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하지만 바뀐 진실은 없었다. 감찰 도중 박 장관은 “흐지부지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까지 했지만 감찰 결과 발표에서는 "누구를 벌주고 징계하려는 감찰이 아니었다"며 발을 뺏다. 단죄해야 할 수사상 잘못이 없었다는 의미다. 쟁점인 "위증교사혐의가 확인됐느냐"는 언론 질문에는 "판단하지 않았다"며 얼버무렸다.

대신 "수사팀의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다"며 수사관행을 에둘러 비판하는 데 그쳤다. 그러면서 '피의사실유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을 강조했다. 허탈한 이 결론을 '범두사미'라고 불러야할 지 난감하다. 박 장관에게 밉보여 한직을 전전하는 한동훈 검사장의 평가처럼 “특정인을 구하겠다는 목적만 있고 팩트는 없는 발표”가 되고 말았다.

박장관은 6000쪽에 이르는 사건(감찰) 기록을 직접 읽었다. '장관이 그렇게 한가하냐'는 비야냥이 나왔지만 "다 봤다. 자세히 살펴보고 심사숙고했다"며 건국 이래 몇번 없었던 수사지휘권까지 발동했다. 이제 왜 이리 떠들썩하게 일을 벌인 것인지 알 수 없는 지경이 되고 말았다.

피의사실 유출이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가 아니다. 한명숙 사건은 피의사실 유출의 전범으로는 부적절하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공인 관련 사건인 만큼 검찰이 알권리 차원에서 오히려 적절한 수사브리핑을 해야 하는 성격도 갖는다. 대법원 판결까지 유죄로 난 파렴치 범죄를 두고 피의사실 유출이 수사의 결정적 하자인 양 몰고 가는 것은 부적절하다.

여성가족부와 통일부 폐지론 주장하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앞으로 법무부에도 관심을 가져야할 것 같다. 물론 폐지 검토대상은 법무부가 아니라 6개월이나 엉뚱한 일에 매달려도 되는 법무부 장관자리다.

백광엽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