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재형 대선 출마하라” > 최재형 전 감사원장 지지자들이 지난 5일 서울 소공동 서울광장에서 최 전 원장의 대선 출마를 촉구하는 손팻말과 깃발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 “최재형 대선 출마하라” > 최재형 전 감사원장 지지자들이 지난 5일 서울 소공동 서울광장에서 최 전 원장의 대선 출마를 촉구하는 손팻말과 깃발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7일 “정치에 참여하겠다”고 한 발언은 사실상 차기 대선 출마 선언으로 받아들여진다. 정치권에선 ‘감사원장직에서 물러날 때 이미 예견한 일’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야권에서는 최 전 원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 8명의 출마 예정자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 등 이미 출마를 선언한 6명을 합쳐 총 14명이 대권에 도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 전 원장의 출마 시사로 야권 대선판이 요동치고 있다. 정치권에서 최 전 원장은 여러 측면에서 윤 전 총장과 비교된다. 두 사람은 모두 문재인 정부에서 독립된 준사법기관의 수장으로 권력 비리를 수사(조사)하면서 정권의 눈 밖에 났다. 임명 당시 인사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에게 절대적인 신임을 받았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정치 경험이 전무한 상황에서 야권 대권 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게 됐다.

정치권이 주목하는 것은 최 전 원장의 등판 시점이다. ‘뼛속까지 판사’라는 평가를 받는 최 전 원장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정치 행보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던 최 전 원장이 윤 전 총장이 야권 1위 후보로 독주하는 상황에서 출마를 결심하자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우선 장모와 부인 등 처가를 둘러싼 의혹 등으로 윤 전 총장이 중도 하차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른바 ‘윤석열 플랜B’다.

최 전 원장은 윤 전 총장에 비해 보수 성향은 더 선명하지만 정치색은 상대적으로 옅다는 평가를 받는다. 도덕성은 그 어떤 정치인보다 우월하다는 평가다. 경기고 재학 시절 몸이 불편한 친구(강명훈 변호사)를 2년간 업고 등교한 일화는 잘 알려졌다. 출마 선언 직후 ‘X파일 논란’에 이어 지난 2일 장모 최모씨가 3년 징역 선고를 받는 등 잇따른 도덕성 악재에 부딪힌 윤 전 총장과 비교된다. 국민의힘에선 “내로남불로 상징되는 문재인 정부의 부도덕성을 부각하기에 안성맞춤 후보”라는 말까지 나온다.

한계도 있다. 윤 전 총장과 마찬가지로 정치, 행정 경험이 전무하다. 정치권에 뛰어들기 위한 준비기간은 윤 전 총장보다 훨씬 짧다. 국민 인지도도 낮다. 감사원장 사퇴 직후 여론조사에서 야권 대선 후보 3위에 올랐지만, 1위인 윤 전 총장에게는 한참 못 미친다. 헌법기관인 감사원장직에서 물러나자마자 정치판에 뛰어든 것도 부담이다.

야권에선 최 전 원장이 윤 전 총장의 ‘페이스 메이커’ 역할만 하더라도 충분하다는 기대가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 전 원장은 윤 전 총장과 달리 국민의힘에 먼저 입당한 후 정치활동을 할 개연성이 높다”며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두 사람의 경쟁 구도가 유권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신 교수는 “최 전 원장의 지지율이 10%를 돌파하느냐 여부가 ‘정치인 최재형’의 성공을 가늠하는 1차 관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느새 14명 뛰어든 野 대선판

정치권에선 대권 도전을 선언하는 야권 후보가 늘어나는 현상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현재 차기 대권 출사표를 던졌거나 출마를 고심하고 있는 야권 인사는 총 14명에 이른다.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 외에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이 장외 후보로 출마를 고민하고 있다.

국민의힘 내에선 원희룡 제주지사, 홍준표·김태호·하태경·윤희숙 의원, 유승민 전 의원, 황교안 전 대표, 장기표 경남 김해을 당협위원장, 안상수 전 인천시장 등이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1997년 신한국당 경선에 ‘9룡’이 등장한 이후 대권 잠룡이 가장 많다”며 “정권교체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최근 상대적으로 역동적인 야권의 선거 판세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원 지사를 지지하는 정책포럼인 ‘희망오름’ 창립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윤 전 총장의 대선 후보 1위 지지율에 대해 “지금 나타나는 지지율이 결정적이라고 보면 안 된다”고 했다. 원 지사에 대해선 이례적으로 “대통령으로서 갖출 자질은 다 갖췄다고 본다”고 추켜세웠다.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사례처럼 국민의힘 내부 후보를 키우면 승산이 있다는 의미다.

좌동욱/이동훈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