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X 카톡 주문 대행·랜선 병영생활·뷔페식 식단 등 도입
[김귀근의 병영톡톡] 'MZ세대'에 눈뜬 軍…간부 의식도 변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격리되는 병사들에게 부실 급식 및 열악한 시설 등을 제공해 공분을 샀던 국방부가 내놓은 개선책을 보면 일명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취향을 고려한 흔적이 엿보인다.

휴대전화 등 디지털 환경에 친숙하고, 남과 다른 경험을 추구하고자 하는 MZ세대에 둔감했던 군이 늦게서야 이들의 취향을 일부 반영해 개선책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렇다고 해도 간부들이 MZ세대의 성향을 이해하고 의식을 바꾸지 않는 한 이런 대책도 일회성에 그칠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MZ세대는 일방적인 지시에 익숙하지 않고 저항하는 성향이 강한 만큼, 상명하복의 군대 문화와 충돌할 소지가 크다.

"라(나) 떼는 이랬어~"라며 막무가내식으로 명령 또는 지시하거나 복종을 강요하는 수직적인 군대 문화는 MZ세대에 반감을 살 뿐이다.

국방부가 지난 7일 전군 주요 지휘관회의를 거쳐 내놓은 대책 중 'PX(군 마트) 카카오톡(카톡) 주문'이 눈에 띈다.

격리 중인 병사가 카톡 등으로 먹고 싶은 품목 등을 제시하면 대신 구매해주는 방식이다.

일명 'PX 도우미'라고 한다.

[김귀근의 병영톡톡] 'MZ세대'에 눈뜬 軍…간부 의식도 변해야

국방부는 "격리 기간에 PX 이용이 어려운 점을 고려하여 사전에 휴대폰으로 신청을 받아 필요한 물품들을 구매해주는 PX 이용 도우미 제도"라고 설명했다.

이 제도는 현재 일부 육군 부대에서 시행 중이다.

병사들은 PX에서 자신들이 즐겨 먹는 제품이 있기 때문에 일과 후 PX 개점 시간을 기다린다.

하지만 2주간 예방적 격리에 들어가면 옴짝달싹할 수 없다.

그래서 일부 부대 지휘관이 격리 중인 병사도 PX 제품을 먹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고 한다.

전우들과 떨어져 있다는 소외감도 없애고 격리 스트레스도 조금은 줄일 수 있다는 취지에서 그런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 방식을 적용하는 부대는 2가지 방법으로 구매를 대행해 준다.

격리 중인 병사가 자신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부대 간부에게 품목을 신청하면 해당 간부가 구매해서 전달해 주는 방식이다.

아울러 분대·소대별 카톡 단체방에서 구매 물품을 신청하면 해당 소대·분대원들이 대리 구매해 식사 시간에 함께 전달해 준다.

군 관계자는 8일 "격리 장병에게 식사를 가져다줄 때 구매 물품을 함께 제공하는 방식"이라며 "대리 구매해 주는 병사들도 어차피 휴가를 다녀오면 격리에 들어가기 때문에 일종의 '품앗이'와 같다"고 말했다.

그는 "병사들에게 PX 이용은 병영 생활 중 큰 즐거움"이라며 "격리 중에 스트레스나 소외감을 줄여줄 수 있다고 판단해 다른 부대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는 차원에서 대책에 포함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국방부는 육군 8사단에서 시행 중인 '랜선(비대면) 병영생활' 제도를 다른 부대에 적극적으로 권장했다.

8사단은 휴가를 다녀온 병사들이 부대 복귀 후 2주간 격리될 때 느끼는 고립감 해소를 위해 랜선 병영생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격리 병사에게 '랜선 병영생활 일과표'가 주어진다.

일일 단위로 오전과 오후에 해야 할 사항을 일과표로 만들었다.

일일 단위 건강관리(문진표), 격리 생활 설문조사, 동영상 콘텐츠 시청 등을 휴대전화로 할 수 있다.

아침 기상과 저녁 점호도 휴대전화로 한다.

8사단 관계자는 "실제 현장에서는 휴대폰을 통한 용사(병사)들과의 소통 및 부대 관리(업무) 경감 효과가 매우 크다"며 "용사 휴대폰 사용이 병영생활 및 용사 관리에 순기능으로 작동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국방부 개선책 중 익명으로 내부 고발이 가능한 '군대판 고발앱'을 개설하겠다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국방부는 "신고자의 익명성이 보장되고 장병이 휴대전화 앱 기반으로 접근 가능한 별도의 신고 채널 신설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당 앱을 내려받아 나중에 진정할 때 굳이 실명인증을 할 필요가 없는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그간 부실 급식과 열악한 격리시설 실태는 페이스북 커뮤니티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를 통해 드러났다.

MZ세대 병사들이 익숙한 디지털 도구로 군내 부조리를 가감 없이 제보한 것이 이번 개선책이 나오게 된 원동력이다.

[김귀근의 병영톡톡] 'MZ세대'에 눈뜬 軍…간부 의식도 변해야

국방부가 자체 '고발앱'을 개설하겠다는 것은 시민 단체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통한 '군내 부조리' 신고 방식을 제도권으로 유인해 신속하게 개선하고, 또한 정책으로 입안하겠다는 취지라고 한다.

이에 국방부는 "군내 고충 처리 및 소통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했다"면서 "휴대전화가 군내 소통의 향상으로 병영문화 혁신에 긍정적으로 기여해 왔음을 고려해 병영 생활 전반의 혁신적 도구가 되도록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일부나마 뷔페식 식단을 도입한 것도 MZ세대 취향을 고려한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방부는 "시리얼과 토스트, 커피, 과일 등이나 밥과 간편식 국, 김치 등을 동시에 제공하는 '간편 뷔페식' 조식을 시범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병들은 대체로 휴일 아침에 조식을 거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시리얼과 우유 등으로 아침 식사를 간편하게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MZ세대 장병들의 변화된 생활패턴과 취향을 고려해 부대별 여건에 따라 아침과 점심을 통합한 브런치(샌드위치 등) 주 1회 제공도 같은 차원이다.

군이 이젠 달라지겠다면서 MZ세대 취향을 일부 반영한 개선책을 내놓은 것은 그나마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일방적이고 수직적인 문화, 콘크리트처럼 좀처럼 깨지지 않는 간부 의식 등이 함께 달라지지 않는다면 백약이 무효라는 지적을 군은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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