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대북 전단 살포와 미국의 북한 인권 지적 등을 거론하며 대남(對南)·대미 비방 담화를 쏟아냈다. 대북 억지를 강조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서도 “대단히 큰 실수”라고 비난했다. 북한이 인권을 앞세운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큰 거부감을 드러내며 무력 도발 등을 통해 한·미를 겨냥한 고강도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북한은 2일 발표한 외무성 대변인 명의의 담화에서 “우리에게 있어서 인권은 곧 국권”이라며 인권 문제 지적을 ‘최고존엄 모독’으로 규정했다. 이어 “미국이 이번에 우리의 최고존엄을 모독한 것은 우리와의 전면대결을 준비하고 있다는 뚜렷한 신호”라고 주장했다. 앞서 미국 국무부가 지난달 28일 “(북한은) 전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전체주의적 국가 중 하나”라며 “북·중 국경 지역에서 사살 명령을 내리는 등 주민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정권이 취하는 점점 더 가혹한 조치들에 대해 경악하고 있다”고 내놓은 성명을 겨냥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의회 연설과 대북 전단 살포에도 화살을 돌렸다. 같은 날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은 “우리를 미국과 세계의 안보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걸고들면서 외교와 단호한 억제를 운운한 것은 늘 듣던 소리”라면서도 “미국 집권자가 첫 시정연설에서 대(對)조선 입장을 이런 식으로 밝힌 데 대해서는 묵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사진) 역시 이날 담화를 발표하고 “남조선 당국은 탈북자 놈들의 무분별한 망동을 또다시 방치해두고 저지시키지 않았다”며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 한국 정부에 책임을 돌렸다. 김여정은 “우리는 이미 쓰레기 같은 것들의 망동을 묵인한 남조선 당국의 그릇된 처사가 북남관계에 미칠 후과에 대하여 엄중히 경고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같은 날 한·미를 겨냥한 비방 담화를 세 개나 발표하며 바이든 행정부의 새 대북 정책에 공개적으로 반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비방 담화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의회 연설이나 탈북민 단체의 전단 살포 사실 공개일이 아니라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대북 정책 재검토를 마무리했다”고 공식 확인한 다음날 발표됐다.

오는 21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무력 도발 등 추가 압박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강경 입장을 보이면 미국이 대북 정책에서 양보하는 패턴을 기대하고 압박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