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정책기획위원회(정책위)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주택 수요 규제에만 초점을 둬 시장을 교란하고 가격 상승을 초래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4·7 재·보궐선거 이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부동산 정책 기조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청와대와 정부도 전략 변경을 위한 ‘출구 전략’을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관계기관에 따르면 정책위는 ‘부동산 안정화 정책 실효성 제고 이론 및 실증분석’이라는 제목의 연구용역을 지난달 말 발주했다.

정책위는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를 조정하고 국가 중장기 발전 전략 및 정책 방향 수립 등을 담당한다. 다양한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를 총괄하는 선임위원회 역할도 한다. 조대엽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가 위원장을 맡고 있다.

제안요청서에서 정책위는 기존 부동산 정책에 대해 “부동산 가격 형성의 근본 기제에 대한 연구에 기초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편의주의에 기반한 즉자적이고 일시적인 주택 수요 규제에만 초점을 맞췄다”며 “결과적으로 부동산 시장을 교란하고 예상치 못한 심각한 부동산 가격 상승만 가져와 사회·경제적 비효율과 사회 통합 저해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주택 대출 규제와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인상을 뼈대로 한 정부의 부동산 수요 억제책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정책위는 부동산 정책 설계에 앞서 새로운 이론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봤다. 정책위는 “단순한 수요 분석이 아니라 주택 수요자의 소유권 형식 분포와 토지 가격 등을 고려한 자산 분석 모형에 의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용역에 들어갈 세부 내용으로는 ‘주택시장 수요·공급 변화에 따른 가격 형성기제 이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간 주택가격 주요 변수 비교’ ‘소유주택과 임대주택 소유권 분포 실증분석’ ‘토지가격과 주택가격 지역 분포 비교분석’ 등을 제시했다. 나아가 이론과 실증분석에 기초한 부동산 안정화 정책 제언을 내놓을 것도 주문했다.

연구용역 취지에 대해 정책위는 “위원회 차원에서 부동산 정책 방향과 관련한 연구를 해보자고 결정한 것일 뿐 특별한 의도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1일 브리핑에서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시기”라며 부동산 정책 변화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8일 “투기 수요 억제 등 부동산 정책의 큰 틀은 흔들림 없이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권과 관가에서는 “정책위가 청와대의 입김을 강하게 받는 기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청와대가 부동산 정책 기조 변화를 위한 사전 작업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정책위 사무처장은 이준협 청와대 일자리기획조정비서관이 겸직하고 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