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도쿄올림픽 불참을 선언했다. 코로나19 확산 속에 선수들을 보호한다는 이유에서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때처럼 도쿄올림픽을 남북한 관계 개선의 계기로 삼으려던 정부·여당의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북한 체육성은 6일 ‘조선체육’ 홈페이지를 통해 “조선올림픽위원회는 총회에서 악성 바이러스 감염증에 의한 세계적인 보건위기 상황에서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위원들의 제의에 따라 올림픽에 참가하지 않기로 토의 결정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하계올림픽에 불참하는 것은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3년 만이다.

북한의 불참 선언으로 도쿄올림픽을 남북 관계 개선의 기회로 삼으려던 정부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문재인 정부는 평창동계올림픽을 경색된 남북 관계 회복의 계기로 삼은 바 있다. 당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방한했고 아이스하키 등 일부 종목에서 남북 단일팀이 구성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 3·1절 기념사에서 “도쿄올림픽은 한·일 간, 남북 간, 북·일 간 그리고 북·미 간 대화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며 도쿄올림픽을 통해 남·북·미·일 관계를 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해 11월 한일의원연맹 회장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한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를 만난 뒤 취재진에 “일본이 도쿄올림픽 기간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초청할 의향을 밝혔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정부는 남북 관계 개선의 계기를 계속 찾는다는 방침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이번 올림픽이 한반도 평화와 남북 간 화해·협력을 진전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왔으나 코로나19 상황으로 그러지 못해 아쉽게 생각한다”며 “남북이 국제경기대회 공동 출전 등 스포츠 교류를 통해 한반도 평화와 협력을 진전시킨 경험이 있는 만큼 스포츠 등 여러 분야에서 이런 계기를 찾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도쿄올림픽 불참 선언이 미국을 향한 메시지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올해 들어서만 세 차례 미사일을 발사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북 정책 검토가 길어지는 상황에서 북한이 부정적인 태도를 견지하며 도쿄올림픽 불참을 미리 선언했다는 분석이다.

김홍균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김정은이 평창올림픽 때 남북 관계 개선에 나선 이유는 미국과 만나기 위한 수단으로 한국이 가치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라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레드라인’으로 설정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바이든 행정부는 어느 수위까지 도발을 허용할지 계속 시험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