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궐선거를 열흘 앞둔 28일 서울 노량진역 입구에 서울시장 출마 후보들의 선거 홍보 현수막이 어지럽게 걸려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4·7 재·보궐선거를 열흘 앞둔 28일 서울 노량진역 입구에 서울시장 출마 후보들의 선거 홍보 현수막이 어지럽게 걸려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정부·여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21대 총선에서 “야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던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28일 한국경제신문이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에 의뢰해 지난 26일부터 이틀간 시행한 서울 보궐선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 보궐선거에 투표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28.1%가 ‘정부·여당을 심판하기 위해’라고 답했다. ‘정부·여당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라고 답한 응답자는 21.1%에 그쳤다. 이어 “‘야당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라고 답한 비율은 16.7%였다. 사실상 ‘정권 심판론’에 공감하는 응답자가 44.8%에 달했다. ‘야당을 심판하기 위해’라고 답한 응답자는 4.3%에 불과했다.

정부·여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응답률은 30대(30.9%)에서 가장 높았다. 이어 60세 이상(29.6%), 20대(28.9%), 50대(27.2%), 40대(23.3%) 순이었다.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률은 60세 이상(22.2%)과 20대(19.8%)에서 높게 나타났다.

정부·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자는 40대(32.6%)와 50대(31.6%)에서 많았다. 이는 21대 국회의원 선거 때와는 다른 분위기다. 지난해 2월 한국경제신문이 총선을 앞두고 2020 총선 민심 조사를 한 결과 ‘정부에 힘을 보태기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주장에 47.1%가 공감했다. ‘정부를 심판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고 답한 응답률은 45.5%였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정부·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여론이 강했다. 당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야당 심판론이 거론되는 건 처음”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결국 총선 결과는 여당의 압도적 승리로 나타났다.

‘정권 심판론’에 힘은 실리고 있지만, 야당이 압도적 지지를 받는 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민의 33.6%는 민주당을 지지했다. 국민의힘 지지자는 32.7%였다. 오차범위(±3.5%포인트) 내이지만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앞선 것이다. 이어 국민의당 6.4%, 정의당 4.4%, 열린민주당 2.5% 순이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대선에 버금가는 큰 선거”라며 “큰 선거일수록 정당보다는 후보 개인에 대한 지지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정농단 사태로 야당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아직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정당 지지율에서 뒤졌다고 야당에 불리하게만 볼 요인은 아니다”고 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