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사진=연합뉴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사진=연합뉴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극단적 선택으로 인해 열리는 보궐 선거를 앞두고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박원순 이름을 용산공원에 새기자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의힘은 24일 논평을 내고 "치가 떨리는 언행이요, 만행에 가깝다"며 강력 반발했다.

임종석 전 실장은 지난 23일 페이스북을 통해 "박원순은 정말 그렇게 몹쓸 사람이었나"라고 반문하면서 "청렴이 여전히 중요한 공직자의 윤리라면 박원순은 내가 아는 가장 청렴한 공직자였다"라고 썼다.

이어 "박원순은 호텔 밥 먹지 않고 날 선 양복 한 번 입지 않고 업무추진비를 반 이상 남기는 쪼잔한 공직자였다. 미래 가치와 생활 이슈에 가장 민감하고 진취적인 사람이었다"며 "딱딱한 행정에 사람의 온기와 숨결을 채우려 무던히 애쓰던 그의 열정까지 매장되지는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뉴욕의 센트럴파크 부럽지 않을 용산 공원의 솦 속 어느 의자엔가는 매순간 사람의 가치를 높이고자 치열했던 박원순의 이름 석자를 소박하게나마 새겨 넣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글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하승창 전 청와대 사회혁신수석, 조한기 전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 문대림 전 청와대 제도개선비서관 등이 '좋아요' 혹은 '슬퍼요'를 누르며 공감을 표시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임종석 전 실장이 용산공원 의자에 '박원순'이라는 이름 석 자를 새기고 싶다고 했다. 성범죄 피해자에게는 치가 떨리는 언행이요, 만행에 가깝다"고 했다.

그는 "결국 586의 낡은 감성과 '의리 코스프레'로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것"이라며 "왜 민주당이 서울에서 심판받아야 하는지 스스로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의당도 임종석 전 실장 글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2차 가해가 선거전략이냐"고 비판했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지낸 임종석씨가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어떤 이유로 치러지는지 모르지 않을 터인데 선거를 목전에 두고 대놓고 2차 가해를 하는 것은 매우 악의적"이라며 "임종석 씨는 참으로 몹쓸 사람"이라고 했다.

정호진 수석대변인은 "피해자의 일상 복귀를 방해하는 정당이 1000만 서울시민들의 삶을 책임질 수 있다는 말이냐"며 "결국 민주당 지도부와 박 후보의 사과는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마지못해 한 시늉에 불과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공허한 사과가 부른 2차 가해"라고 했다.

그는 "민주당 지도부와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의 사과가 진정성이 있다면 즉각 임종석 씨에 대한 당 차원 조치를 취하라. 그것이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길"이라고 촉구했다.

논란이 커지자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임 전 실장을 향해 "앞으로 그런 일 안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비판했다.

박영선 후보는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피해 여성 상처가 아물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상처를 건드리는 이러한 발언은 자제해주시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어 박영선 후보는 '임 전 실장의 글을 지지층 결집용이라고 해석하던데, 박 후보 입장에서는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보는 것인가'라는 진행자의 물음에 "그렇다"고 답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 사람들이 박영선이 시장 되는 것을 원하지 않나 봐요. 선거 프레임을 박원순 복권으로 가져가는 것을 보니"라고 비꼬았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