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인터뷰…대북정책 수립 중인 美에 '조기 관여정책' 강조
"한미훈련 군사적 긴장 없이 종료…北도 긍정평가 했다면 좋았을 것"
이인영 "북미, 서로 탐색전 시작…첫술 배부를 순 없어"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23일 "북한과 미국이 서로 탐색전을 시작했다"며 "북미가 대화의 문턱을 높여 실질적 대화로 가기까지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최근 담화에서 한미군사훈련에 반발하며 대남 대화·교류협력 관련 기구 폐지를 거론한 데 대해서는 아쉽다고 평가했다.

이 장관은 이날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통일부 장관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최근 북한의 연이은 대남·대미 메시지에 대한 분석과 북미 정세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우선 최근 북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대미 담화와 미국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방한 중 북한 인권 비판 발언에 대해선 '탐색전'으로 평가하며 "초기에 북미 간 접촉 시도가 왜 대화로 이어지지 않았는가 아쉽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북미가 (대화 재개 조건이) 100%가 아닌 70∼80%만 충족되더라도 우선 대화에 나서야 한다"며 "서로 유연하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적대관계 해소는 대화로 시작해 협상으로 마무리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인도주의 협력에 대해 미국도 한국 정부의 역할을 지지하고 북측도 '비본질적 문제'로만 취급하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임한다면, 북미 간 양호한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영 "북미, 서로 탐색전 시작…첫술 배부를 순 없어"
블링컨 장관이 방한 기간에 강조한 북한 인권문제가 향후 비핵화 협상이나 남북관계 개선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 예단할 단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 장관은 "미국이 북한 인권문제를 거론한 것이 원칙적 입장을 우선 밝힌 것인지, 이 문제 때문에 모든 것이 '스톱'(중단)될 지 예단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북한 인권문제는 그것대로 거론하면서 인도주의 협력과 관계 개선은 그것대로 진척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꼭 반영돼야 할 사안을 묻자 "속도와 방향이 모두 중요하다"면서 "외교적 해법 중심의 관여 정책이 조기에 가시화한다면 매우 긍정적 신호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뒤로 미루면 변수가 많아진다"며 북한의 군사적 긴장 유발 등 변수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관여 정책이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8일 종료된 한미연합훈련에 대해서는 "한미훈련을 계기로 크게 군사적 긴장이 등장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다행스럽다"며 "그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나름 유연한 대처가 긍정적 기여를 했다고 자평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점에 대해 북측이 좀 더 긍정적이고 이해심 있는 평가를 하면 좋았겠다고 생각한다"며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에 아쉬움을 표했다.

아울러 "서로 인식의 차이를 드러내는 방식에서도 대화와 협력의 관점, 상대방에 대한 존중, 상대 국민에 대한 존중이 많이 반영되는 예법을 앞으로 지켜간다면 우리 미래를 긍정적 방향으로 설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일부 장관 재임 중 반드시 해결하고 싶은 과제로는 이산가족 상봉을 꼽았다.

그는 "인도주의를 넘어 천륜의 문제인 만큼, 이 문제를 해결 못 하면 마음의 짐으로 남을 것 같다"면서 "코로나19가 완화되면 판문점에서의 작은 만남, 비대면 화상상봉, 화상편지 그런 거라도 평상시 주고받을 길이 열렸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