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사진=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사진=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심화되고 있는 미중갈등 속에서도 구두 친서를 교환하며 양국관계 강화를 강조했다.

23일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동지께서는 두터운 동지적 관계에 기초해 두 당 사이의 전략적 의사소통을 강화해야 할 시대적 요구에 따라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 중화인민공화국 주석 습근평 동지에게 구두 친서를 보내 노동당 제8차 대회 정형을 통보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친서를 통해 "조선반도 정세와 국제관계 상황을 진지하게 연구·분석한 데 기초해 국방력 강화와 북남 관계, 조미(북미) 관계와 관련한 정책적 입장을 토의결정"한 것을 통보했다며 "적대 세력들의 전방위적인 도전과 방해 책동에 대처해 조중 두 당, 두 나라가 단결과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 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중국이 홍콩과 신장(新疆) 인권 문제로 서방국가로부터 압박을 받는 가운데 중국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그는 "적대 세력들의 광란적인 비방 중상과 압박 속에서도 사회주의를 굳건히 수호하면서 초보적으로 부유한 사회를 전면적으로 건설하기 위한 투쟁에서 괄목할 성과들을 이룩하고 있는데 대해 자기 일처럼 기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친선과 단결의 위력으로 사회주의 위업을 활력 있게 전진시켜 나가려는 것은 당과 인민의 확고부동한 의지다"며 "중국공산당 창건 100돌과 조중우호·협조 및 호상원조에 대한 조약체결 60돌을 맞이하는 올해 두 당 사이 협동이 잘 돼 나가며 조중친선 관계가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게 승화·발전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이와 함께 시 주석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성과도 치켜세웠다.

이에 시 주석은 구두 친서를 통해 "국제 및 지역 정세는 심각히 변화되고 있다"며 "조선반도의 평화안정을 수호하며 지역의 평화와 안정, 발전과 번영을 위해 새로운 적극적인 공헌을 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이어 "새로운 형세 하에서 조선 동지들과 손잡고 노력함으로써 중조관계를 훌륭히 수호하고 공고히 하며 발전시키고 두 나라 사회주의 위업이 새 성과를 거두도록 추동하겠다"며 "두 나라 인민에게 보다 훌륭한 생활을 마련해 줄 용의가 있다"며 대북 경제지원 의사도 밝혔다.

한편 이번 양국 정상의 구두 친서 교환은 조 바이든 미국 신임 행정부가 북한과 중국을 동시에 압박하는 상황에서 나와 주목된다. 앞서 미국은 지난 15일~18일 한국과 일본을 돌며 외교·국방장관(2+2) 회담을 열고 북한과 중국을 위협으로 규정하는 한편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지난 18~19일(현지시간) 진행된 미중 고위급 회담에서는 양국이 공개적으로 충돌하며 공동성명조차 내지 못하고 회담을 종료하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북중 최고지도자의 전격적인 친서 교환은 양국이 어깨를 걸고 미국에 맞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미국의 의도와 달리 북한 비핵화 문제에서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해석도 나온다.

중앙통신은 양국 최고지도자의 구두 친서가 전달된 날짜와 구체적인 경로는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쑹타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중련부) 부장은 지난 22일 베이징(北京)에서 리룡남 신임 중국 주재 북한 대사를 접견하고, 양국 정상의 구두 친서를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