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22일 각각 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발 3기 신도시 부동산 투기 의혹이 대통령과 여당 지지층을 강타한 것으로 분석된다. 문재인 정부의 아킬레스건인 부동산 악재가 보름 앞으로 다가온 4·7 재·보궐선거는 물론 1년 뒤 대선 지형까지 흔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진보·50대 與 대거 이탈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15~19일 전국 성인 2510명 조사,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2.0%포인트)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34.1%로, 전주보다 3.6%포인트 하락했다. 부정평가는 62.2%로 문재인 정부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민주당의 지지율은 전주보다 2.0%포인트 떨어진 28.1%로 집계됐다. 이 역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35.5%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두 번째로 높았다. 민주당과의 정당 지지도 격차는 오차범위 밖인 7.4%포인트로 벌어졌다.

LH 사태 직전의 여론조사와 비교하면 민주당의 주요 지지층인 진보층과 50대의 이탈이 두드러졌다. 2월 넷째주 진보층의 민주당 지지율은 62.8%였는데 3월 셋째주 조사에서는 54.3%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국민의힘 진보층 지지율은 9.4%에서 15.5%로 높아졌다. 3주 전 33.5%이던 50대의 민주당 지지율도 27.9%로 내려앉았다. 같은 연령대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30.1%에서 37.8%로 상승했다.

리얼미터 관계자는 “정부·여당의 지지율 하락은 LH 직원 등 공직자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이 국회의원 등 정치권으로 번지면서 부동산 이슈가 악화된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LH 이슈가 어느 정도 해소되고 선거 국면이 다가오면 정부·여당 지지율이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吳·安 누구로 단일화해도 野 우세

같은 날 발표된 서울시장 보궐선거 여론조사에서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중 누가 야권 단일 후보로 선출되더라도 박영선 민주당 후보를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소스가 서울 거주 18세 이상 남녀 1002명에게 지난 19~20일 조사한 결과(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안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로 나설 경우 지지한다는 응답은 52.3%로 박 후보(35.6%)에 16.7%포인트 앞섰다. 오 후보가 단일후보가 되더라도 50.6%가 지지 의사를 밝혀 박 후보 지지율(36.8%)을 13.8%포인트 앞질렀다.

정부·여당은 부동산 투기 의혹의 철저한 조사로 분위기를 반전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민은 공직자의 비리를 발본색원하길 바란다”며 “이런 요구에 철저하게 부응하는 것이 서울시민과 국민의 마음을 얻는 데 최선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文 지지 넘어서

LH 사태로 촉발된 부동산 투기 의혹은 차기 대권 지형도 흔들고 있다.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를 크게 앞서는 39.1%의 지지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 대통령 지지율(국정수행 긍정평가)을 뛰어넘는 선호도를 얻은 대권주자가 나타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여론조사(19~20일 전국 성인 1007명 조사,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윤 전 총장은 39.1%의 지지를 얻어 차기 대권주자 중 선두를 차지했다. 이 지사(21.7%)와 이 전 대표(11.9%) 등 여권 주자의 지지도를 크게 앞섰다. 같은 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34.0%였다. 윤 전 총장 지지율이 문 대통령 지지율을 5.1%포인트 웃돈 셈이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의 집권 말기 레임덕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LH 사태가 문재인 정부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불안이 크다”며 “윤 전 총장 대세론은 일시적으로 갈 곳을 잃은 표가 몰린 것일 뿐, 오래 지속될 현상이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등을 참고하면 된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