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북한 문제는 협력 의사 밝혔지만 갈등 국면에서 쉽지 않을 듯
미중, 회담서 서로 '한국은 우리편' 주장…동참 압박 커질 수도

미국과 중국이 첫 만남부터 인권, 무역, 기술 등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현안에서 격렬히 충돌하면서 한국 외교에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특히 미중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해야 할 두 국가라는 점에서 이들이 갈등 관계로 치달으면 한국이 중점을 두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추진 여건은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

한국 정부는 양국 모두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협력을 모색하고 있지만, 미중 갈등 기조가 이어질 경우 이 같은 균형 잡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지난 19∼20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에서는 정면충돌로 치닫는 미중이 한국의 의중을 두고 기 싸움을 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중국의 신장·홍콩·대만에 대한 조치, 미국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 동맹에 대한 경제적 강압 등에 우려를 표하고서 이런 행동이 "세계 안정을 유지하는 규칙에 기반을 둔 질서를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양제츠(楊潔?)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은 미국이 국제 여론을 대변하지 않으며 미국이 주창하는 보편적 가치나 국제질서를 대다수 국가가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다시 블링컨 장관은 자신의 한일 순방을 언급하고서 "내가 들은 것은 당신이 설명한 것과 매우 다르다"며 "나는 미국이 돌아왔다는 점, 동맹 및 파트너와 다시 관여한다는 점에 대한 깊은 만족감을 (동맹으로부터) 전해 듣고 있다.

중국 정부가 취한 일부 조처에 관한 깊은 우려 또한 듣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당신이 방문한 두 국가(한일)가 중국의 강압을 언급했다고 했는데 우리는 이들 국가가 직접 불만을 제기한 것인지 모른다.

미국만의 시각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이 미국 편이라고 주장하고, 이에 중국이 믿지 못하겠다며 의구심을 표현한 것이다.

미중이 한국의 입장을 서로 유리하게 해석한 것은 한국이 최근 블링컨 국무장관 방한 기간 두 국가 간 균형을 유지하려는 모습을 보인 데서 비롯됐을 수 있다.

한국은 국제질서를 훼손하는 중국에 맞서 협력하자는 미국의 요구에 동맹으로서 어느 정도 부응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최대한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 했다.

한미 '2+2' 공동성명의 "한미동맹이 공유하는 가치는 규범에 기초한 국제질서를 훼손하고 불안정하게 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한다는 양국의 공약을 뒷받침하고 있다"와 "한미는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고, 합법적 교역을 방해받지 않으며, 국제법을 존중한다는 양국 공동의 의지를 강조했다"는 문구 등은 미국의 대(對)중국 입장과 맥락을 같이하는 부분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도 한국은 일본과 달리 공동성명은 물론 공개 발언에서도 중국을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이 "미국만의 시각"이라고 파고들 수 있는 부분이다.

외교가에서는 한국에 대한 미중의 이 같은 끌어당기기가 미중 갈등이 격화할수록 강도가 세지면서 한국 외교에 부담을 안길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다수다.

다행인 것은 미중이 일부 영역에서는 협력을 모색한다는 점이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과 회담 후 성명에서 이란, 북한, 아프가니스탄, 기후변화 등의 의제에서는 이해관계가 교차한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방한 기간 회견에서도 "중국이 그 영향력을 북한이 비핵화를 향해 전진하도록 하는 데 효과적으로 사용하기를 희망한다"며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중국과 협력 의사를 피력했다.

다만, 미국이 중국에 바라는 역할에 대북 제재의 충실한 이행이 포함된다는 점에서 북한 문제조차 갈등의 소지가 될 수 있다.

중국이 대미 협상력 확보 차원에서 대북 제재 등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후 뚜렷해진 북중 밀착이 더 가속할 수도 있다.

또 미중이 여러 분야에서 경쟁하는 가운데 북한 문제에 대해서만 협력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미중 양국이 대북 공조보다는 다른 지역의 안보나 무역, 기술, 인권 등 각자 자국의 핵심 이익으로 여기는 분야에서 상대국을 저지하는 것을 더 중요한 외교 목표로 설정할 경우 더더욱 그렇다.

한국 정부는 미중 갈등에 휘말리지 않으면서 미중이 북한에 대해서는 협력하도록 설득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하게 됐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은 중국이 역할을 안 해서 북한의 비핵화가 안 된다고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며 "미중이 난타전을 하는 상황에서 대북 협력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