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의사의 면허를 박탈하는 법안이 26일 국회를 넘어서지 못했다. 야당이 “헌법 침해 여지가 있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고, 결국 여야는 법안 내용에 대한 추가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의료법 위반 외에 일반 범죄를 저질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전체회의에 계류시켰다. 개정안에 따르면 형 집행 종료 후 5년, 집행유예는 기간 만료 후 2년까지 면허 재교부가 금지된다. 당초 법안이 법사위는 물론 이날 본회의까지 통과할 것이란 전망이 있었지만, 야당 법사위 의원들이 끝까지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다음 회의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헌법의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살인·강도·성범죄에 대해서는 물론 면허를 취소해야겠지만 직무와 연관성이 없는 범죄로 면허를 취소하는 건 최소 침해성을 침해하는 게 아니냐”며 추가 논의를 요구했다. 같은 당 윤한홍 의원 역시 “과거 시행되다가 문제된 부분이 있어 개정된 법안”이라며 “왜 과거로 다시 돌아가려고 하느냐”고 했다.

여당은 현재의 법안이 충분히 합리성을 갖췄다며 그대로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료인의 적극적인 의료행위를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미 과실치사·치상의 경우 면허 취소 사유에서 제외하는 등 합리적인 수준에서 면허취소 사유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여당은 변호사 공인회계사 법무사 등이 범죄를 저질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격론이 이어지자 윤호중 법사위원장과 여야 간사는 합의 끝에 추가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의료법 개정안이 법사위에 계류되면서 의료계와 정부·여당 간 갈등도 숨 고르기에 들어갈 전망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부는 의협이 집단행동에 나서면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