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동해 민간인통제선(민통선) 지역에서 잡힌 북한 남성이 잠수복과 오리발까지 착용하고 헤엄쳐 월남한 것으로 드러났다. 군은 이 남성이 해안 철책 아래 배수로로 경계지역을 통과하는 것을 감시장비로 포착하고도 제때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북한 주민의 귀순 사태가 벌어질 때마다 군의 경계망이 속수무책으로 뚫리며 경계 실패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17일 “어제 동해 민통선 북방에서 신병을 확보한 인원은 잠수복과 오리발을 착용했다”며 “해상을 통해 일반전초(GOP) 이남 통일전망대 부근 해안으로 올라와 해안 철책 하단 배수로를 통과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이 남성은 일반적인 잠수복이 아니라 철제 헬멧과 분리되는 형태의 ‘머구리 잠수복’을 입었다. 이에 따라 이 남성이 민간인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대 초반의 이 남성은 조사 과정에서 귀순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군은 해안으로 올라온 이 남성을 여러 차례 감시장비를 통해 포착하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군이 수색에 나선 것은 이날 오전 4시20분께 이 남성이 강원 고성군 민통선 검문소 폐쇄회로TV(CCTV)에 포착되고 나서였다. 박정환 합참 작전본부장은 이날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군사분계선(MDL)으로부터 약 3㎞ 떨어진 곳에서 족적이 발견됐고 신원 미상의 인원이 이 부분을 통해 상륙한 것으로 추정한다”며 “이후에 미상의 인원은 남쪽으로 약 5㎞ 이상 남하하던 중 7번 국도상의 민통선 검문소 CCTV에 최초 식별됐다”고 말했다.

민간인으로 추정되는 북한 남성이 군의 경계·감시망을 사실상 무력화하며 군이 경계 실패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이번 사태는 지난해 11월 이른바 ‘철책 귀순’, 2012년 ‘노크 귀순’과 마찬가지로 육군 22사단 관할 구역에서 일어났다. 해당 부대에 대한 대대적인 문책이 있을 전망이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조사를 통해 명확한 내용을 확인하고 그에 따른 후속 조치를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