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 상반기 ‘소송 남발 3법’의 입법을 추진한다. 소비자단체의 소송을 활성화하기 위한 소비자기본법 개정안과 집단소송법 제정안,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전면 도입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 등이다. 지난해 거대 여당 주도로 ‘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통합감독법 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데 이어 기업을 옥죄는 여권발(發) ‘남소 입법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9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210건에 해당하는 ‘2021년도 법률안 국회 제출 계획’을 국회에 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소비자기본법을 포함해 6건의 법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소비자기본법에는 제품으로 인한 직접적 피해뿐 아니라 미래의 피해에 대해서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소비자 단체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단체의 범위에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를 추가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소비자의 생명·재산상 피해 등 특정 요건을 갖춘 사건에 한해서만 단체소송을 낼 수 있게 한 소송허가제를 없애는 내용도 담긴다.

법무부는 집단소송법 제정안과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입법 예고 절차를 마치고 법제처에 법안을 제출했다. 집단소송법은 기존 증권 분야에만 적용되던 집단소송제를 모든 분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고의나 과실로 손해를 본 경우 손해액의 최대 다섯 배까지 배상하도록 하는 제도다. 정부는 다음달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언론·포털을 대상으로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경제계에서는 소비자소송 남발을 불러올 수 있는 정부의 입법 계획에 큰 우려를 밝히고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남소 3법으로 인해 거액의 배상금을 노린 ‘기획 소송’이 급증하는 등 부작용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며 “과도한 손해배상으로 기업이 도산하면 누가 책임지나”라고 말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