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통과 후에도 끝나지 않은 '중대재해법' 논란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이 거듭된 수정을 거쳐 지난 8일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대기업 관계자 뿐 아니라 중소기업인 및 소상공인들 심지어 학교장들의 강한 반발을 뚫고 결국 국회를 넘어섰습니다. '좋은 취지'로 시작된 법이라는 평가에도 이들뿐 아니라 야당인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그리고 정부 부처와 꽤 많은 민주당 의원들까지 법 통과에 반대 의사를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중대재해법이 뭐길래 심지어 정부 여권까지 반대의사를 표시했던 걸까요.

중대재해법이란 말그대로 중대한 재해를 일으킨 기업의 사장이나 기업을 처벌하겠다는 법입니다. 법적으로는 주위에서 흔히 보이는 건설현장이나 공사현장에서 1명 이상 사망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혹시 2016년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고치러 현장에 투입됐다 사망한 19살 김 군의 안타까운 사고를 기억하시나요. 2018년 태안 발전소에서 근무중 석탄이송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사망한 고 김용균 씨도 있었고, 또 작년에는 이천 물류센터 화재 사건도 있었습니다. 중대재해법은 이러한 사고를 막기위해 사고 발생시 안전 의무를 지키지 않은 법인과 사업주 등을 처벌하겠다는 법입니다.

논의는 노동계를 거쳐 정의당으로부터 시작됐습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이어진 노동계의 건의를 지난 20대 국회 때 고 노회찬 의원이 받아들여 처음 법안으로 발의됐습니다. 이번 21대 국회에 들어 다시 정의당은 1호 당론법안으로 강은미 의원이 법안을 발의했고, 여기에 노동자뿐 아니라 시민의 사고까지도 포함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안 역시 발의됐습니다.

법안을 추진하는 측의 설명을 기반으로 법을 쉽게 말하자면 노동자나 시민들에 대한 사고를 막기위해서는 넓은 그리고 강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통과된 법에 따르면 안전, 보건 의무를 소홀히한 사업주 등 개인의 경우 1년 이상의 징역을 받거나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합니다. 기업의 경우 50억원 이하의 벌금을 납부하도록 돼있습니다. 초기 2년 이상의 징역형을 규정한 박주민안이나 3년 이상을 규정한 정의당안보다는 수위가 약해졌지만, 법이 적용되는 이상 최소 1년 이상은 감옥에 가야한다는 점에서 강한 처벌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또 손해를 끼친 피해액수의 5배를 손해배상해줘야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도 포함됐습니다.

사업주, CEO, 안전담당 이사 등 처벌 대상도 광범위합니다. 초기 법안에는 관리 감독 권한이 있는 공무원 까지도 처벌 대상이었지만 법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 끝에 빠지게 됐습니다. 당장 법은 1년후부터 시작됩니다. 5인 미만 사업장과 소상공인, 1000㎡ 미만 영업장 등은 법에서 제외되게 돼 적용대상이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꽤 많은 법 적용의 경우가 남아있습니다.
산업재해나 대형사고가 났을 때 기업과 경영자 처벌을 강화하는 중대재해법이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찬성 164표, 반대 44표, 기권 58표로 통과됐다. /한경DB
산업재해나 대형사고가 났을 때 기업과 경영자 처벌을 강화하는 중대재해법이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찬성 164표, 반대 44표, 기권 58표로 통과됐다. /한경DB
법을 추진했던 정의당, 민주당의 의원들과 노동계는 이것도 부족하다고 주장합니다. 이정도 처벌로는 기업이나 사업주 들이 사고를 막게하는 유인이 되지 못하고, 적용 대상도 줄어들어 효과가 떨어지는 법이 됐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추가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반대 의사를 표시하는 측의 주장은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겁니다. '선한 의도가 선한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취지가 아무리 좋다하더라도 구체적인 법안 내용을 살펴보면 실효성 등에서 문제점이 너무 많다는 거죠. 먼저 처벌 수위가 현실에 맞지않게 무리하게 높다는 주장을 합니다. 이들이 문제를 삼는건 법의 처벌에 '하한선'이 있다는 겁니다. 사고의책임에 있어서 실제 상황에 따른 다양한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이 법에 적용되는 이상 무조건 1년 이상부터 시작하는건 너무 과하다는 겁니다. 1년 이상의 처벌을 받을 경우가 아니더라도 법이 정해놓은 이상 1년이상은 감옥에 가야한다는 겁니다.

또 처벌의 수위를 높인다고 중대재해가 줄어들 것이란 예상도 "실제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고 지적합니다. 특히 중대재해가 일어나는 대부분의 중소기업의 경우 의도적으로 안전의무를 경시하는것이 아니라 열악한 상황속 어쩔 수 없이 안전 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약한 처벌을 고려한 사업주가 안전의무의 비용과 노동자의 피해를 저울질해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겁니다. 이들은 산업재해는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과잉처벌 할게 아니라 안전 체계를 갖추기 위해 정부가 관련 재원을 투입하거나 보조·지원해야할 일이라고 말합니다. 또 책임을 사업주들에게 떠넘길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하기도 합니다.


'안전 보건의 의무'라는 것이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들은 법의 문구로는 이해가 쉽지만 실제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안전 보건의 의무를 '어긴건지 안어긴건지'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라고 말합니다. 이런 모호성 때문에 예측성이 떨어지므로 실제 법의 현장에서 실효성이 있을지 또한 의심하고 있습니다.

대기업,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은 이러한 점에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역시 꽤 많은 의원들이 이러한 점을 고려해 법을 반대해 왔고, 후속법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정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법무부는 법의 처벌수위가 너무 강하다는 의견을 냈고, 중소벤처기업부는 "사고를 입은 노동자들을 생각하면 아프지만 소상공인에 대한 보호는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결국 중대재해법을 둘러싼 논란은 이대로 끝날것 같지 않습니다. 법을 추진했던 정의당과 노동계는 "법안의 대상과 처벌이 너무 유하다"며 "더 강하게 고쳐야한다"고 불만을 품고 있고, 반대로 산업계와 소상공인 들 역시 "법이 너무 강하고 명확하지 않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OECD 회원국 중 산업재해 사망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부끄러운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 23년간 두차례를 제외하곤 한번도 1위 자리에서 내려온적이 없었습니다. 산업재해를 막고 우리 사회의 약자인 노동자들을 보호해야한다는 취지에는 양측다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늘 그렇듯 선한 의도를 따라주지 못하는 방법이 문제가 됩니다. 과거 고 김용균씨의 사고를 계기로 사업주의 처벌을 강화하고 과징금을 높인 '김용균 법'이 통과됐지만 산업재해를 막는데는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법이 없는 것도 문제지만 법만이 능사가 아니기도 합니다. 국회가 감정이나 여론이 아닌 실제 효과가 있는 지혜로운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습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