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피소' 누설한 與의원 처벌 못하는 이유 [조미현의 국회 삐뚤게 보기]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소 사실을 박 시장 측에 전달한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박 전 시장이 사망하기 이틀 전 피해자 측이 여성단체에 도움을 요청했는데, 여성단체 대표가 남 의원에게 이 사실을 전달한 겁니다. 남 의원은 곧장 서울시 측에 이를 유출했고, 박 전 시장은 이틀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어찌 된 일인지 피해자의 성폭력 피해와 고소 사실을 가해자 측에 유출한 남 의원은 처벌을 면했습니다. 검찰은 고소 사실이 유출된 경위를 확인했는데도 기소하지 않았습니다.
'박원순 피소' 누설한 與의원 처벌 못하는 이유 [조미현의 국회 삐뚤게 보기]
이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의 맹점 때문입니다. 성폭력 특례법 제24조는 피해자의 신원과 사생활 비밀 누설 금지를 규정하고 있는데요. 제24조 1항은 '성폭력범죄의 수사 또는 재판을 담당하거나 이에 관여하는 공무원 또는 그 직에 있었던 사람은 피해자의 주소, 성명, 나이, 직업, 학교, 용모, 그 밖에 피해자를 특정하여 파악할 수 있게 하는 인적사항과 사진 등 또는 그 피해자의 사생활에 관한 비밀을 공개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명시했습니다.

다시 말해 성폭력 특례법의 비밀 준수 의무는 수사기관 관계자에게만 적용된다는 뜻입니다. 검찰은 "남 의원 등의 신분이 공무원이지만 공적으로 업무나 정보를 취득한 게 아니라 사적으로 들었기 때문에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가 적용되지 않는다"며 "수사기관에 적용되는 성폭력 특례법 비밀준수 의무 위반 혐의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박원순 피소' 누설한 與의원 처벌 못하는 이유 [조미현의 국회 삐뚤게 보기]
민주당은 박 전 시장 사망 바로 다음 날 '님의 뜻 기억하겠습니다'라는 현수막을 서울 곳곳에 달았습니다. 코로나19 확산 와중에 박 전 시장의 서울시장(葬)을 추진한 것도 민주당이었습니다.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란 지적은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민주당이 당 차원에서 남 의원을 징계할지 미지수입니다. 허영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31일 브리핑 후 '남 의원의 입장 표명이 없다'는 기자들의 지적에 "공식적인 수사 결과에 의한 내용은 아니라고 파악하고 있다"며 "조금 더 팩트 확인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답했습니다.

'당 차원이나 남 의원의 공식 입장 발표가 있을 예정이냐'는 질문에는 "남 의원에게 따로 확인해보지 않았다"며 답을 피했습니다. 서울 송파병이 지역구인 남 의원은 이날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해서는 침묵한 채, 보건소 확충을 위한 '지역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는 보도자료만 기자들에게 보냈습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