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비공개 회의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에 대해 삼권분립과 무죄추정의 원칙 등에 위반된다는 지적을 내놨다. 그럼에도 법안은 다음달 8일까지 무조건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라 ‘졸속 처리’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인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전날 진행된 비공개 법안소위 논의 주요 내용을 공개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소위에서 민주당 법사위원들과 정부 측은 중대재해법 제정안 중 10여 개 조항에 대해 수정·보완 필요성을 제시했다. 야당의 반발 속에 민주당 의원들만 참석해 열린 소위에선 지금까지 발의된 관련 법안 5건 중 민주당 소속 박주민, 이탄희, 박범계 의원안 3건을 중심으로 논의했다.

먼저 독소 조항으로 지적됐던 ‘인과관계 추정’ 조항에 대해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현재 박주민 의원 발의안엔 ‘5년간 안전 의무 위반이 3회 적발된 사업주의 회사에서 중대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위험방지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본다’고 돼 있다. 김 의원은 “인과관계 추정 조항을 형사처벌에 적용하는 건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배될 우려가 있어 해당 조항을 수정하자는 의견이 제시됐다”고 설명했다.

또 영업허가 취소 등 행정제재 조치가 법안에 포함돼 있는 것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행정제재를 법원에서 선고하는 건 삼권분립의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벌금형의 상한을 두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입법례가 없어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 3건 모두 사망사고 발생 시 사업주나 오너 등 경영책임자에게 2년 이상 유기징역과 5억원 이상 벌금을 물리도록 돼 있다.

이 외에도 안전조치와 관련해 임대·용역·위탁 사업을 책임 대상에서 빼는 게 좋겠다는 의견과 경영책임자 처벌 범위를 ‘모든 이사’가 아니라 ‘안전을 담당하는 이사’로 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공무원 처벌 조항에선 처벌 대상에 포함되는 ‘상급자’ ‘결재권자’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고 광범위하다는 문제가 지적됐다.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이날 소위에서 해당 쟁점에 대해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런 상황에서도 다음달 8일까지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김 의원은 “29일 열릴 다음 법안소위에서 하루 종일 논의해도 한두 차례 더 회의가 필요할지 모른다”며 “일정에 맞춰 통과시키려면 정말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