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2일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강제 종료를 위한 표결 절차에 돌입했다. 야당은 강력 반발했지만, 수적 우위인 민주당이 범여권 표를 결집시키면 13일 막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민주당은 이날 오후 8시 국회 본회의가 속개한 직후 국회사무처에 종결동의서를 내기로 결정했다. 국회법에 따라 24시간이 지나고 내일 오후에 표결이 진행된다. 민주당은 열린민주당과 기본소득당 등을 포함한 범여권 의원 100여명의 종결 동의 서명을 확보했다. 무제한 토론 강제 종료가 가능한 의결정족수인 재적의원 5분의 3(180명) 이상 찬성표를 확보했다는 판단이다.현재 민주당 의석은 174석이지만 구속 수감된 정정순 의원을 빼면 사실상 173석 정도다. 민주당을 탈당한 김홍걸 이상직 의원, 여권 성향의 무소속 이용호 양정숙 의원을 추가하면 177석이 확보된다.여기에 열린민주당 3명, 기본소득당 1명 등 군소 야당도 종결 투표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혀오면서 181석이 확보됐다는 설명이다.6석인 정의당은 강제 종결 반대가 당론이지만, 의원단 차원에서 다시 논의할 방침이다.국민의힘은 반발하고 나섰다. 여당이 반론권을 보장하겠다는 입장을 뒤집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10일 본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이 처리된 뒤 국정원법 개정안이 상정되자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본회의는 이날 새벽 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사실이 보고된 뒤 정회됐다. 하지만 김 의원과 보좌진이 모두 음성 판정을 받으며 저녁 8시께 속개할 예정이다.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민주당은 필리버스터와 관련해 충분한 의사표시를 보장해 달라는 국민의힘, 정의당 등 야당의 의견을 존중하기로 했다. 무제한토론은 종결되지 않고 계속될 예정"(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 12월 11일)"필리버스터 종결동의서를 제출하겠다"(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 12월 12일)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같은 당 소속 의원들에게 야당의 필리버스터를 종결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당초의 목적이었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키자 종전 입장을 돌연 바꿔 야당의 필리버스터를 허용해 주겠다고 했다.58명 전원이 필리버스터에 참여하기로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 중에서는 이같은 민주당의 결정에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조명희 의원은 "민주당에서 국민의힘을 배려해서 필리버스터를 무한정 하도록 해줬기 때문에 고마움을 느끼며 열심히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민주당의 약속이 깨지는데 걸리는 시간은 단 하루였다. 민주당은 12일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서를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역 대응을 위한 국회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이틀간 진행된 필리버스터를 보면 국정원법 반대뿐 아니라 주제를 벗어난 내용들도 많았다"며 "(국민의힘도) 충분히 의견 피력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하루만에 약속을 깰 수 있었던건 결국 '의석수의 힘'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터는 의원 종결 동의서가 제출되고 24시간 후 재적의원 5분의 3(180석) 이상 찬성 시 종료된다. 민주당은 소속의원 173명에 민주당 출신 무소속 양정숙·김홍걸(제명)·이상직(탈당) 의원 등을 비롯해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열린민주당 의원 3명 등으로 180명을 이미 확보했다고 계산하고 있다.민주당의 입장 변화로 12월 내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됐던 '필리버스터 정국'도 이대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의석수를 믿고 자신의 마음대로 국회를 운영하고 있다"며 "방역을 핑계삼고있지만 필리버스터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