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 종결동의서를 제출하겠다"(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 12월 12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같은 당 소속 의원들에게 야당의 필리버스터를 종결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당초의 목적이었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키자 종전 입장을 돌연 바꿔 야당의 필리버스터를 허용해 주겠다고 했다.
58명 전원이 필리버스터에 참여하기로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 중에서는 이같은 민주당의 결정에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조명희 의원은 "민주당에서 국민의힘을 배려해서 필리버스터를 무한정 하도록 해줬기 때문에 고마움을 느끼며 열심히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약속이 깨지는데 걸리는 시간은 단 하루였다. 민주당은 12일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서를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역 대응을 위한 국회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이틀간 진행된 필리버스터를 보면 국정원법 반대뿐 아니라 주제를 벗어난 내용들도 많았다"며 "(국민의힘도) 충분히 의견 피력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루만에 약속을 깰 수 있었던건 결국 '의석수의 힘'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터는 의원 종결 동의서가 제출되고 24시간 후 재적의원 5분의 3(180석) 이상 찬성 시 종료된다. 민주당은 소속의원 173명에 민주당 출신 무소속 양정숙·김홍걸(제명)·이상직(탈당) 의원 등을 비롯해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열린민주당 의원 3명 등으로 180명을 이미 확보했다고 계산하고 있다.
민주당의 입장 변화로 12월 내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됐던 '필리버스터 정국'도 이대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의석수를 믿고 자신의 마음대로 국회를 운영하고 있다"며 "방역을 핑계삼고있지만 필리버스터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