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인도는 27일 인도 뉴델리에서 양국 외교·국방장관(2+2) 회담을 열고 대중(對中) 견제 확대를 위해 위성정보를 공유하기로 합의했다. 남아시아 4국 순방차 전날 뉴델리에 도착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사진)은 인도에 이어 오는 30일까지 스리랑카와 몰디브, 인도네시아를 차례로 방문할 예정이다. 이번 순방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팽창을 억제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인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양국 외교·국방장관은 위성정보와 관련한 기본 교환·협력 합의서(BECA)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인도는 접경지대에서 미국의 정찰위성이 수집한 지상·해상·공중 정보에 접근하는 게 가능해졌다. 이를 통해 적군의 미사일과 드론 등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파악해 신속 대응에 나설 수 있다.

인도는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추진 중인 쿼드(quad: 미국·일본·인도·호주로 구성된 안보 협의체) 일원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중국과 국경 분쟁을 벌이고 있는 인도를 첫 순방지로 택한 데는 대중 연합전선을 강화해 중국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한 외교 전문가는 “미·중 갈등을 미 대선(11월 3일) 막판 쟁점으로 끌고 가려는 것”이라고 했다. 이날 회담에선 대중 국경 고지대에 주둔하는 인도군에 미국이 겨울 군용 장비를 지원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폼페이오 장관은 인도에 이어 스리랑카와 몰디브를 잇따라 방문할 계획이다. 친중(親中) 성향의 스리랑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점 추진하는 ‘일대일로(육·해상 신실크로드)’ 정책의 요충지로 꼽힌다. 스리랑카와 몰디브는 자국 내 인프라 확충을 위해 중국에서 막대한 차관을 끌어다 쓰고 있다. 미 국무부는 “폼페이오 장관은 두 나라에 중국 의존도를 줄일 것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마지막 순방국인 인도네시아는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이 지난 7월과 8월 인도네시아에 남중국해 정찰기의 착륙 및 재급유를 허용해달라고 요청한 것과 관련, 양국의 논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하헌형 기자/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