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유가족 이래진 씨와 함께 연평도를 찾은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사진)이 21일 어업관리선에 올라있다. /사진=하태경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유가족 이래진 씨와 함께 연평도를 찾은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사진)이 21일 어업관리선에 올라있다. /사진=하태경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형 이래진 씨와 함께 21일 연평도를 찾은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사진)은 "어업관리선에 직접 와서 보니 해수부 공무원이 실족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밝혔다.

피살 공무원 실종 한 달째인 이날 이래진 씨와 함께 어업관리선을 탄 하태경 의원은 페이스북에 "비가 오지 않았는데도 (어업관리선) 바닥이 매우 미끄러웠고 난간은 높지 않았다. 바람은 거셌다"며 "더구나 해수부 공무원이 실종된 무궁화 10호는 지금 와 있는 무궁화 15호의 3분의 1 크기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속단정을 살피다 떨어졌을 수도 있다. 후미의 담배 태우는 장소나 옆 난간에서 실족했을 가능성도 컸다"고 덧붙였다.

그는 "해경은 실족 가능성을 원천 배제하고 수사를 하고 있다"며 "무엇을 감추고 왜곡하려는 것인지 반드시 밝혀내겠다"고 강조했다.
서해 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군에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형 이래진씨(오른쪽)가 21일 오전 인천시 중구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연평도행 여객선에 승선하기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씨와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왼쪽)은 이날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위령제를 진행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서해 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군에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형 이래진씨(오른쪽)가 21일 오전 인천시 중구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연평도행 여객선에 승선하기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씨와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왼쪽)은 이날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위령제를 진행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다음은 하태경 의원 페이스북 전문

누군가는 당신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서해바다가 그분께 전해주길 소망합니다.

해수부 공무원 실종 한 달을 맞아 형님이신 이래진 씨와 함께 연평도에서 수색작업 중인 무궁화 15호(해수부 소속 어업관리선)에 올랐습니다. 8시에 있을 위령제 전 무궁화 15호를 둘러보고 실종 당시 상황을 하나하나 점검해봤습니다.

우선 우리가 수색작업 중에도 국제상선망 통한 북한의 경고 방송이 들려왔습니다. "너희 함정 두 척이 우리 수역을 침범했다. 지금 즉시 이탈하라. 이탈하지 않으면 강력한 대응조치를 취하겠다"라는 엄포였습니다. 북한의 통신을 들으면서 왜 우리 군은 해수부 공무원이 살아 있을 때 북한에 우리 국민 돌려달라는 통신을 안 했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더 커졌습니다.

또 어업관리선에 직접 와서 보니 해수부 공무원이 실족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비가 오지 않았는데도 바닥이 매우 미끄러웠고 난간은 높지 않았습니다. 바람은 거셌습니다. 더구나 해수부 공무원이 실종된 무궁화 10호는 지금 와 있는 무궁화 15호의 3분의 1 크기에 불과했습니다.

고속단정을 살피다 떨어졌을 수도 있고 후미의 담배 태우는 장소나 옆 난간에서 실족했을 가능성도 컸습니다. 그런데 해경은 실족 가능성을 원천 배제하고 수사를 하고 있습니다. 무엇을 감추고 왜곡하려는 것인지 반드시 밝혀내겠습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과 북한군 피격으로 숨진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이모씨(47)의 친형 이래진씨(55)가 21일 오전 인천연안여객터미널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선착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과 북한군 피격으로 숨진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이모씨(47)의 친형 이래진씨(55)가 21일 오전 인천연안여객터미널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선착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스1
군과 해경이 월북의 증거라고 제시한 구명조끼는 업무를 보는 사람은 모두 착용하고 있었습니다. 요즘 사용하는 구명조끼는 팔의 움직임이 편하도록 디자인되어 있어서 조끼를 입는 것이 거추장스럽지 않습니다. 특히 실내가 아닌 갑판에 나갈 때는 반드시 착용한다고 합니다.

또 어업관리선 직원들은 업무 중에는 모두 안전화를 신고 있었습니다. 슬리퍼를 신고 갑판이나 후미에 나가는 경우는 없다고 합니다. 바닥이 미끄러워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해수부 공무원의 유류품에 안전화가 없는 것도 실종 당시 안전화를 신고 있었다는 걸 의미합니다. 유족인 이래진 씨는 슬리퍼가 월북의 증거라는 군과 해경의 발표를 듣고 울화통이 터졌다고 합니다.

수색현장에 와 보니 이 망망대해에서 북한이 불태운 해수부 공무원의 유해를 과연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오라기 같은 희망이라도 놓아선 안 되지만 매우 어려운 상황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래서 더 중요한 것이 정부가 희생자의 명예를 지켜주는 것입니다.

조금 뒤 유가족과 함께 작은 위령제를 가지려 합니다. 북한 함정에 끌려다니다 피살된 장소에서 가장 가까운 곳을 찾았습니다. 서해바다가 해수부 공무원이 평소 좋아했던 포도와 귤, 커피음료를 잘 전해줬으면 합니다. 누군가는 당신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도 함께 전해지길 바랍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