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출연 연구기관(출연연)에 근무하는 연구직 10명 중 7명은 문재인 정부의 블라인드 채용 제도가 과학기술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한국경제신문과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이 공동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25개 출연연 연구직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3.7%는 블라인드 채용이 과학기술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답한 비율은 26%에 불과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공공부문에 블라인드 채용을 전면 도입한 지 3년 만에 과학기술 연구원들이 해당 정책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응답자의 84.7%는 연구능력 판단을 위한 요소(출신 학교·연구실 정보)까지 비공개하는 현행 블라인드 채용이 완화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연구개발(R&D) 인력은 전문성과 연구 수월성 검증이 필수인데 현행 제도로는 이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익명 응답자는 “현재 진행하는 연구에 적합한 사람을 뽑을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제도 보완을 위해 개선해야 할 점에 대한 질문에는 68.3%가 연구직 채용 시 출신 학교와 연구실 정보 수집을 허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특별채용 확대(19.0%), 지도교수의 추천서 허용(8.3%) 순이었다. 한 응답자는 “공공기관이 갖는 사회적 책임이 공공기관의 주어진 역할보다 우선시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최소한의 역량을 갖춰 역할 수행이 가능한 사람을 채용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일률적인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추진에 대한 평가도 낮았다. 응답자의 72.7%는 정규직 일괄 전환 정책이 연구역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긍정적인 영향이 있었다고 답한 비율은 26.0%였다. 정규직 전환의 부정적 영향으로는 응답자의 33.0%가 ‘연구역량 저하’를 꼽았다. 일반 지원자와의 형평성 문제(30.3%),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연구비 비중 감소(12.7%) 순이었다. 조 의원은 “과학기술계 특성에 대한 고려 없이 블라인드 채용과 정규직 전환을 일괄적으로 추진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며 “시급한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